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11월 21일 - 김해의 느낌

늙은어린왕자 2011. 11. 26. 00:07

11월 22일 화요일 맑고 춥다
김해의 느낌

 

  따뜻한, 시끄러운, 조용한, 아름다운, 지루한, …‥.
  우리가 살고 있는 김해는 어떤 느낌을 주는 도시일까? 사회 시간에 우리 지역과 관계있는 낱말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에는 위에 있는 다섯 개의 낱말 말고도 열다섯 개가 더 있었다. 아이들은 낱말을 하나하나 따져보며 표시해나갔다.
  “와, 진짜 어중간하다.”
  “김해는 완전 중간도시다.”
  지상이와 시현이는 김해의 도시크기가 애매해서 낱말을 고르기가 힘들다며 중얼거리면서도 부지런히 연필을 돌렸다. 잠시 뒤 아이들이 모두 표시를 끝낸 것을 보고 발표를 들어보았다.
  먼저, 민서는 주변에 차량들이 많아서 ‘시끄러운’을 선택했다고 했다. 미경이는 ‘무뚝뚝한’을 꼽았는데 까닭이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뭔가에 홀린 것처럼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미경이 말을 들으니 정말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본 것 같았다. 아니면 나도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정이는 ‘위험’을 골랐는데 사람들이 횡단보도로 안 건너고, 차들이 신호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민경이는 길가에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많아서 ‘오염된’에 동그라미를 쳤다고 말했다.
  이제 어두운 느낌 말고 밝은 느낌을 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유진이는 ‘아름다운’을 골랐다며 까닭을 이렇게 말했다.
  “길을 가면 조용하고 하늘도 맑고 노란 은행잎들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진이 말을 들으니 주변에 늘려 있는 공원과 그 속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 학교의 모습이 떠올랐다. 현민이도 박물관과 문화의 거리가 있어서 같은 낱말을 선택했다고 했다. 역시 같은 낱말을 고른 성윤이는 ‘전쟁이 없어서’라는 엉뚱한 까닭을 들고 아이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아이들의 발표를 들어보니 김해는 어두운 면도 있긴 하지만 ‘아름다운 도시’로 이름 붙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아이들의 입에서 ‘아름다운’이 나온 걸 보면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수업을 정리하려는데 갑자기 ‘엉뚱남’들이 손을 들더니 원하지도 않는 발표를 하려고 들었다. 낌새가 좋지 않았지만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먼저 지상이였다.
  “저는 ‘지루한’을 선택했는데 하루가 똑같아요. 먹고 싸고 자고, 먹고 싸고 자고 하니까 말이에요.”
  남학생들은 지상이 발표를 듣고 뭐가 그리 우스운지 배꼽이 빠지듯 웃어댔다. 한별이는 한 술 더 떴다.
  “저는 ‘재미있는’인데 차가 많아서 차 사고가 많으니까 재미있잖아요.”
  한별이는 이 말을 하고 나한테 한 소리를 듣고 입을 다물었다. 현수도 끼어들었다.
  “저는 ‘위험한’을 골랐는데 길거리에 가다 보면 여자들이 막 치고 욕 쓰잖아요. 우리 반 여학생들도 협박을 막 해대니까 위험하잖아요.”
  그러자 여학생들이 벌떼처럼 일어나서 현수를 공격했다. 현수는 막말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아름답던 수업은 ‘엉뚱남’들 때문에 오염된 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