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 11월 이야기
11월 23일 수요일 맑고 춥다
11월 이야기
학예회 하느라 바쁘고 어수선했던 탓일까? 오늘까지 3주 동안 아이들이 써놓은 겪은 일 쓰기 공책을 훑어봐도 눈에 띄는 글이 많지 않다. 역시 글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못 골라서 아쉽지만 읽는 재미가 느껴지는 글을 몇 편 골랐다. 고른 기준은 두 가지다. 진솔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 장면을 생생히 알 수 있도록 쓴 글이다.
5분만 더
오늘 아침 6시 40분에 엄마가 일어나라고 하셨다. 나는 “10분만 더”라고 하고 10분만 잤다. 일어나보니 7시 10분이었다. 나는 시계를 보고 잠을 자려고 했다. 그 때 엄마가
“빨리 일어나지 못해!”
라고 해서 나는
“1분만 더, 아니 5분만 더.”
라고 했다. 엄마가 할 수 없이 이불을 집어던졌다.
“일어나라!”
“아, 네네네네네네네.”
이 때 아빠가 오셨다.
“야! 그럴꺼면 아예 학교를 가지 마라.”
“싫어.”
“아니면 가든가.”
“아, 네네네네.”
나는 갑자기 머릿속에 ‘우리 이야기’라는 노래 가사가 뱅뱅돌았다.
‘엄마 우리 아버지 이제 그만 야단치세요 네?’
(11월 23일, 김유진)
해피 없는 하루
엄마가 우리 집 강아지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그래서 이번 주 토요일에 온다.
나는 집을 걸을 때마다 해피 생각이 난다. 밥 먹을 때도, TV 볼 때도 항상 해피랑 같이 행동했던 것 같다. 오빠는 엄마한테 매일
“엄마, 해피 언제 와?”
하고 물어본다. 엄마는
“토요일에 온다.”
고 계속 말해도 오빠는 해피가 없어서 외로운가 보다. 나도 같은 마음이다. 해피가 다른 사람한테 맡겨지니까 해피의 빈자리가 크다.
해피는 다른 집에 가서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 해피랑 제대로 놀지도 못했는데 너무 쓸쓸하다. 해피는 지금 잘 있을까? 낯선 집이라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적응도 못할 건데 걱정이 많다.
빨리 토요일이 와서 해피랑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다.
(11월 23일, 양현정)
사회자
얼마 전에 어머니께서 동생이 학예회 사회자로 뽑혔다고 말해주셨다. 동생 말로는 반에서 사회자 투표를 했는데 자기가 뽑혔다고 하였다.
우리 동생 담임선생님께서 양복을 입고 오라고 해서 어제 저녁에 르네시떼에 양복을 사러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께서 아직 회사에서 출발하지 않았다고 해서 르네시떼에 가지 못하였다. 동생이 너무 실망해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밥을 먹고 파티&코디에 가서 양복 치수가 맞는 것이 있으면 옷을 빌리자고 의견을 냈다. 그러자 동생도 맞장구를 치면서 자기도 그런 의견이라고 했다.
우리는 밥을 먹고 홈플러스에 들렀다가 파티&코디에 갔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옷들이 많이 있었다. 동생이 입을 양복도 있었다. 동생은 너무 좋아했다.
나도 동생처럼 사회자였으면 좋겠다. 파티&코디에서 여러 가지 옷을 빌려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11월 16일, 장희지)
나뭇잎의 달리기 경주
오늘 아침에 박물관에 있는 널뛰기 쪽을 걷고 있는데 그 위에는 단풍나무가 있어서 단풍잎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단풍잎을 밟으며 가는데 바람이 뒤에서 불어 내 뒤에 있는 단풍잎이 내 앞으로 달려왔다. 난 그 모습이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 “누가 이길까요?”라고 했다. 저기 앞에도 작은 단풍잎이 보였다. 그 잎은 고동색이었다.
난 인제 박물관 밖으로 나가야 된다. 그래서 “아, 심심해.” 하고 가는데 길쭉한 잎이 있었다. 그 잎도 달리기 경주를 했다. 그리고 그 잎이 멈추었다. 그 잎 옆에 발이 있었다. 난 아직 밟지 않았지만 밟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난 밟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단풍잎을 밟아버렸다. (11월 23일, 이혜민)
채미
나는 이틀 전에 채미에게 이제는 안 좋아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어제 교실에 들어가자 친구들이 다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는데 경록이가 와서 물었다.
“진짜 손채미랑 헤어졌어?”
“어.”
나는 당황했다. 이렇게 빨리 볼 줄 몰랐다. 이번엔 현수가 와서 말했다.
“지상아, 손채미 운다.”
‘아, 이런.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
나는 들어가서 책상에 앉아 채미 쪽을 보니 채미는 엎드려 울고 있었다. 나는 태연한 척 책을 보았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도 4교시쯤에 채미가 웃는 모습을 보여서 다행이다.
(11월 16일, 박지상)
하키채
어제 체육시간에 하키를 하였다. 저번에 선생님이 하키채를 만들어 오라고 하셔서 나는 아빠랑 만들려고 했는데 아빠가 늦게 와서 못 했다. 그래서 나는 잤다가 나중에 아빠가 오시면 일어나서 같이 하려고 엄마 방에서 내 이불이랑 베개를 들고 잤다.
그런데 눈을 뜨니 다음 날이었다. 나는 엄마한테
“엄마! 왜 나 안 깨워줬어?”
라고 화를 냈다. 엄마는 웃으시며
“경은아, 아빠가 니 깨웠는데 니가 ‘아빠 알아서 해.’라고 말하면서 한 손에는 베개 들고 한 손에는 이불을 잡고 질질 끌고 자기방에 가서 잔 게 누군데?”
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 진짜?”
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 때 아빠가 내 방에 들어오셔서
“경은아, 아빠가 하키채 만들어 놨으니깐 밥 먹어라.”
고 하셨다. 나는 왠지 아빠한테 감사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11월 9일, 윤경은)
친구들의 장난
어제 체육 시간이 끝나고 반으로 가다가 성정이한테 가려는데 혜민이가 그냥 가라고 하였다. 그래도 나는 계속 성정이한테 갔다. 그런데 멀리 있던 미경이가 와서
“성정이는 내 베프야.”
라고 했다. 그래서 난 그냥 올라가려고 하는데 김유진이 와서
“야! 성정이는 미경이 베프거든. 베프하자는 싸인도 했다. 붙어다니지 마!”
라고 해서 난 순간 울컥했다.
난 그냥 나 혼자 올라가서 손을 씻고 들어와서 물을 마시는데 또 김유진 일행이랑 미경이가 와서
“야, 그거 장난이야. 그래서 삐졌어?”
라고 했다. 난 더 기분이 다운되었다. 나는
“아니거든. 나 잠 와.”
이러면서 가짜 하품을 했다. 왜냐하면 눈물이 고여서다.
나중에 집에 갈 때 성정이랑 혜민이가
“안녕?”
이라고 했는데 난 그냥 손만 흔들었다. 집에 갈 때도 터벅터벅 갔다. 그래도 오늘은 같이 이야기하면서 같이 갔다.
(11월 23일, 안유진)
돈
아침에 엄마한테 돈을 달라고 했더니 엄마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엄마한테 조르면서 2000원을 달라고 했더니 엄마가
“2000원이 애 이름이냐?”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오선이도 들고 왔어요.”
라고 하니 엄마가 집에 들어가서 돈을 가져와서 주었다.
나는 2000원인 줄 알았는데 1000원이었다. 엄마가
“이 돈으로 사 먹어.”
라고 말했다.
나는 돈을 많이 받고 싶다.
(11월 6일, 이수민)
상장
어제 찾아가는 백일장에서 상장을 받았다. 내가 상장을 받을거라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상장을 받을 때 감격스러웠다. 비록 장려이지만 너무 기뻤다. 나는 상장을 받을 때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 가서 엄마에게 상장을 보여드렸더니 엄마가 칭찬을 해주셨다. 그 땐 뿌듯하였다. 시간이 지나서 아빠에게 보여드렸더니 용돈을 주셨다. 아주 기뻤다.
역시 글쓰기 상장이라 그런지 다른 상장 보다 뜻 깊은 것 같다. 이번 일은 아주 기뻤다.
(11월 23일, 임은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