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일 - 악동 잡기
12월 2일 금요일 비 조금
악동 잡기
청소가 끝난 뒤 수업 시간에 떠들었거나 딴 짓 했던 남학생 다섯 명을 데리고 연구실로 갔다. 오늘은 기어이 녀석들의 기세를 꺾어놓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녀석들은 내가 혼내려고 데려갔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선택받아 왔다는 듯 즐거운 표정으로 연구실로 들어섰다.
“야! 내가 1번이다.”
“아냐, 내가 1번이야.”
줄 지어 서라고 했더니 서로 먼저 1번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다투질 않나.
“키가 안 맞다.”
“니가 더 크다. 이쪽에 서라.”
“아이다. 니가 더 크다.”
키 잰다며 또 옥신각신하질 않나. 세상이 이런 개구쟁이들이 또 있을까?
녀석들은 어깨동무 한 채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50번 하면서도 밸런스가 안 맞는다는 둥 쉽게 하려면 자리를 바꿔야 한다는 둥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앉았다 일어서기가 30번을 넘어가자 숨이 찼는지 비로소 말을 멈췄다.
벌을 벌로 받아들이지 않는 녀석들의 태도를 보고 있으니 화가 더 났지만 어쩌랴. 참는 수밖에. 그래서 분위기를 대화 모드로 바꾸고 증세(?)별로 녀석들을 나눴다. 성윤이, 시현이, 지상이는 ‘떠드는’ 쪽에, (김)현민이와 경록이는 ‘딴 짓’ 쪽으로 모아서 따로 세웠다.
녀석들에게 말 많고 딴 짓 하는 까닭을 물었더니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시현이는 자기도 모르게 말이 계속 튀어나온다고 하고, 지상이는 궁금한 게 많아서라고 답했다. 성윤이는 웃기는 말을 하고 싶어서 말을 참지 못한다고 했다. 또 현민이는 자기도 모르게 자세가 안 좋아지고 웃기는 말에 관심이 간다고 했고, 경록이는 그냥 집중이 잘 안 된다고 했다.
나는 녀석들 때문에 생기는 시간 손해가 하루에 8시간이라고 계산해주었다.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딴 짓 하면 최소한 5분은 잔소리를 해야 하는데 나머지 20명은 아무런 죄도 없이 수업을 중단해야 하니까 5분 곱하기 20명 하면 100분이 되고, 이것을 하루 수업 다섯 시간으로 곱하면 500분이 된다. 500분은 8시간 20분, 나머지 20분을 버리면 대략 8시간 정도 되니 얼마나 남에게 피해를 많이 입히느냐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런 계산이 녀석들에게 먹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저는 요 떠들어야 집중이 돼요.”
“가만히 앉아서 뭘 하는 것 보다 대화를 하면 귀에 쏙쏙 들어와요.”
“듣기 말하기가 다 같이 돼야 하는데 학교에서는 듣는 시간이 많잖아요. 저는 말하기도 함께 해야 하거든요.”
자기 이야기만 하는 녀석들에게 반에는 수십 명이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떠드는 걸 그냥 두거나 일일이 대화를 받아줄 수 없다고 하니 해결 방법도 나왔다. 그리고 또 옥신각신 말잔치로 이어졌다.
“반을 여러 개로 만들고 선생님들이 많아지면 되잖아요.”
“야, 선생님들을 모셔오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잖아. 교실이 많아지면 불도 많이 켜야 되고 전기도 많이 들어.”
“전등 켜는 돈이 한 반에 5000원이라 치자. 학년에 9반이면 45000원, 이걸 6학년까지 하면 …‥.”
아마 내가 그만두라고 소리치지 않았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떠들 녀석들이었다. 늘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악동들을 어찌 잡아서 5학년으로 보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