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3 교육일기

자기를 드러내는 글

늙은어린왕자 2013. 3. 14. 00:36

3월 13일 수요일

나도 한 번 자랑할까요?

-자기를 드러내는 글쓰기-

 

 

 

나도 한 번 자랑할까요?
박재임(김해 야학 초등과정)

  우리 딸들이 엄마 자랑을 많이 하고 다닌다고 한다. 나는 자랑할 것이 없다고 하면 딸들은 엄마만큼 자랑할 게 많은 사람이 어디있냐고 자랑 좀 하고 다니라고 한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나도 자랑할 게 있어서 한 번 자랑할까 싶다.
  내 손은 맛있는 음식을 잘 만든다. 내가 만든 음식은 우리 자녀들은 최고라도 한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 내가 어릴 때 공부를 할 수 없어서 이것이 한이 되었지만 지금은 야학에서 공부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국어, 수학, 사회, 영어 이런 것들을 공부하면 재미있고 숙제도 열심히 한다. 그래서 나는 더 행복하다.

 

 

어린시절 이야기
엄금자(김해야학 초등과정)

  나는 아홉살 때부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내가 매일 밥을 하는데 보리쌀을 절구에 벗겨서 시커먼 보리밥을 해놓으면 어머니가 장사에서 돌아와서 밥을 맛있게 잘 했다고 칭찬을 하셨다. 그 말이 듣기 좋아 어머니가 장사 나가시면 나는 항상 밥을 해놓고 기다렸다.
  우리집은 동생들과 나까지 칠남매였다. 나는 맏이로 그 동생들을 업어 키웠다. 기저귀, 옷들을 개천에 가서 빨래를 하면서 손이 시려 울기도 많이하였다. 그러면서 공부를 초등학교에 이름만 올려놓고 가보지 못했다. 그것이 오래도록 한이 되었다. 항상 공부하고 싶어서 나는 야학교에 왔다. 내 이름을 쓸 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어제 6학년 수인이 어머니께서 김해야학에서 발간한 문집을 보내오셨다. 오늘 오전에 잠깐 시간이 나서 책을 펼쳤더니 뒤늦게 배움의 길로 들어선 중장년 어머니들의 글이 실려있었다. 찬찬히 읽어보니 이만하면 훌륭한 글이고 자기를 잘 드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썼다기 보다는 진실한 마음을 담아놓아서 가슴에 와닿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한테도 학년초에 이렇게 자기를 드러낼 기회를 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글은 잘 쓴 글이 아니라 진실을 담고 있는 글이란 걸 떠올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