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3 교육일기

그리운 아이들 향기

늙은어린왕자 2013. 3. 20. 01:07

3월 15일(금)

그리운 아이들 향기

 

 

  6교시 마치고 교무실로 내려가는데 뒤뜰에서 향긋한 매화향이 바람 따라 들어왔다. 어찌나 향기로운지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바람에 그냥 흘려보내기엔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뒤뜰로 나갔다.

 

  그제 내린 봄비를 단물로 길어올린 두 그루 매실나무는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고 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덩달아 유혹에 빠진 나도 이꽃 저꽃에 코를 들이밀며 심호흡하듯 향기를 빨아들였다.


  내일, 모레 휴일을 지나면 꽃이 질세라 송이송이 예쁜 꽃다발을 사진에 담았다. 나무 전부를 찍기도 하고, 활짝 웃고 있는 몇송이만 따로 담기도 했다.


  문득 아이들이 생각난 건 나무 옆에 우두커니 서서 찍은 사진을 살펴볼 때였다. 아~ 이 예쁜 꽃 속에 사람이 있었다면, 꽃보다 예쁜 우리 아이들이 꽃과 함께 웃고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리 예쁜 꽃을 담아본들 그건 순간의 즐거움이요, 다시 꺼내본들 내게 무슨 의미일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카메라를 접고 향기를 뒤로한 채 교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매화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이들이 피워내는 웃음보다 못하고, 아무리 향기롭다 한들 잠깐일 뿐 아이들이 끊임없이 자아내는 풋풋한 향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맡은 반 아이들 없이 홀로 뒤뜰을 서성이는 오늘, 나는 아이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