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4 교실일기

5월 8일 - 어버이날 비밀요원

늙은어린왕자 2014. 9. 23. 17:58

어버이날 비밀요원



어버이날을 맞아 활동에 들어간 ‘부모님 기쁘게 하기’ 또는 ‘부모님 일 도와드리기’ 비밀요원 활동보고서가 오늘 일부 들어왔습니다. 부모님 몰래 일도 도와드리고 또 보고서 글도 써야 해서 아이들에게는 어제 하루가 무척 바빴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 얘기를 들어보니 재미있고 뜻 있는 사연이 많았습니다. 엄마한테 매실 선물을 한 정원이, 신발장 정리를 하는데 전실 불이 켜져서 놀랐다는 다빈이, 일 하는 것을 알리지 말라고 동생한테 사탕까지 주면서 입막음을 한 정민이, ….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는 뜻있고 긴장되는 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무뚝뚝하게 안마를 했을 명신이에게도 말입니다.

엄마한테 돈 선물도 하고, 집안 일 하다가 들키지 않으려고 옷장 안에 숨었다는 준하 이야기는 배꼽을 잡게 합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엄마가 힘든 일 하는 걸 알게 되었다는 나연이는 앞으로도 엄마를 많이 도와줄 것 같습니다. 준민이는 어제 청소한 게 모자랐는지 학교에서 공부도 안 하고 오전 내내 학 접고 편지 쓰느라 시간을 보내더군요. 저런 효자가 어디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웃음 지었습니다.

참여해준 모든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그리고 오늘 활동해서 내일 보고서를 내겠다는 아이들도 많으니 내일도 기대됩니다. 오늘 보고서 정리해서 소개합니다.

초콜릿 놀이터에서 놀다가 매실나무로 현서랑 서연이 그리고 이승미, 나랑 대승이랑 갔다. 매실을 따서 엄마한테 선물로 주었다. 현서랑 서연이도 엄마한테 주었다.
따다가 어떤 할머니한테 혼났다. 따는 계절이 아니라고 했다. 서연이 생일은 6월이니까 서연이 생일 선물로 주어야지. 6월에는 따도 된다고 했다.
집에 와서 엄마가 시키기 전에 초코사료도 주었다. 엄마가 잘 했다고 칭찬해주었다.(허정원)

나는 비밀요원 활동으로 신발장 정리를 했다. 나는 정리를 하면서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다. 그런데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신발장에 불이 켜졌다. 우리 집 신발장 불은 신발장에서 움직이면 켜지고 움직이지 않으면 꺼진다. 그래서 재빨리 식탁에 와서 앉았다. 다행히 엄마에게는 들키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다시 정리를 했다. 다행히 불도 안 켜지고 정리도 했다. 그래서 엄마가 신발장을 보게 하려고 밖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자고 했다. 엄마가 그러자고 했다. 엄마가 신발장을 보면서 정리를 내가 했냐고 물었다. 그래서 신발장이 너무 더럽길래 그랬다고 말했다. 엄마가 칭찬을 해주셨다.(이다빈)

엄마 몰래 아빠 몰래 계속계속 청소하고 조금 놀았다. 그런데 아빠랑 엄마가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기분이 많이 좋았다.(이준민)

오늘 나는 비밀 요원을 하면서 부모님을 엄청 기쁘게 해주었다. 엄청 기쁘게 한 건 꽃을 사주었기 때문이다. 언니와 같이 하니까 더 기뻤다. 엄마와 아빠도 기뻐하니까 언니와 나도 기쁘다.(민지영)

엄마한테 돈 드리고 옷 개는 것 하고 설거지도 했다. 내가 옷을 개고 있는데 엄마가 오고 있었다. 그래서 옷장 안에 숨었다. 다행히 들키지 않고 정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엄청 힘이 들었는데 이제는 뿌듯했다. (박준하)

엄마를 대신해서 몰래 무슨 일을 해서 너무 긴장되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이렇게 힘든 일을 하는지 처음 알았다. 힘들었지만 다음에 또 하고 싶었다.(김나연)

TV 보고 있는 엄마를 안마해주었다.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김명신)

내가 빨래를 개고 있는데 동생한테 엄마, 아빠한테 말하지 말라고 사탕을 줬다. 엄마가 거실로 오려고 했다. 나는 급하게 다 개고 모르는 척 했다. 엄마가 누가 개었냐고 물어봤다. 나는 몰라요 라고 했다. 나는 엄마, 아빠를 도와줘서 뿌듯했다. 다음에도 더 많이 도와줘야지!(조정민)

엄마가 집에 돌아오시기 전에 몰래 신발 정리를 하였다. 앞으로는 신발 정리를 미리 해 놓는 게 좋겠다.(박영은)

어제 아빠 구두를 닦아드렸다. 어젯밤에 아빠가 담배 피우러 갔을 때 구두가 깨끗이 변해있는 것을 보셨다. 아빠가 그걸 보고 기분이 좋아서 회사 갈 때 기분도 상쾌할 거라고 말했다.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천 원도 주셨다.(백지혜)

나는 어제 합기도복을 입고 합기도를 갈라했는데 엄마가 아빠 회사를 갈라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 구두를 닦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닦는다고 해서 내가 닦아서 아빠한테 알려주었다. 아빠는 고맙다고 했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누나는 내가 일을 한 줄 몰랐다.(김민재)

나는 엄마가 없을 때 친구랑 놀고 있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왔는데 엄마가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때 방에 있어서 들켰는지 몰랐다. 아침에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없을 때 친구랑 사이좋게 노는 걸 적으라고 했다. 왜일까?(김무성)

엄마가 힘들었던 설거지를 했던 일이 있었다. 나는 그래서 엄마를 도와줘야 하나 안 도와줘야 하나 고민이. 나는 설거지를 했는데 엄마한테 들킬 뻔 했다. 나는 그래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엄마가 방 안에 들어가는데 그 때 설거지를 마저 했다. 나는 엄마가 기쁜지 안 기쁜지 생각을 했다. 나는 엄마가 기뻐했으면 좋겠다.(민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