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4 교실일기

5월 20일 - 설명하는 글쓰기(식구)

늙은어린왕자 2014. 9. 23. 18:00

설명하는 글쓰기-식구 중 한 사람


요즘 국어 시간에 '설명하는 글쓰기'를 합니다. '설명하는 글쓰기'는 사람을 포함한 생물이나 사물의 특징을 감정을 뺀 '유체이탈' 화법으로 서술하는 글쓰기입니다.

설명하는 글쓰기는 관찰자 시각에서 쓰는 글이므로 관찰에서 얻은 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목적이나 동기를 부여한 뒤 관찰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글로 서술하는 것입니다만 우리 2학년들은 동기를 부여해도 그 동기를 오랫동안 끌고 가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아파트 화단에 가서 동물을 관찰하고 여러 특징을 설명해보자고 하면 열에 일곱여덟은 관찰 과정에서 초심(동기)을 잃고 놀이에 빠진다든지 더 재미있는 상황에 몰입해버립니다. 아주 강한 외압(?)이 없다면 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몰입해서 관찰을 했다고 해도 특징을 생김새-움직임-다른생물과의 관계 등으로 분류하고 글로 표현하는 것은 고차원의 지적능력을 요구하는 일이 되겠지요. 그래서 설명하는 글쓰기는 2학년에게 아주 어려운 주제입니다.

이 때문에 설명하는 글쓰기의 가장 초보적인 방법은 경험에서 누적된 정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빠를 설명할 때 '우리 아빠는 낮잠을 많이 잔다'는 것은 어제나 그제 낮잠을 안 잤더라도 여태껏 겪어보니 그렇더라는 것을 말합니다. 이 정보는 여러 경험을 통해 이미 머리 속에 들어와 있던 것입니다. 이것을 끄집어내기만 하면 되니 손쉬운 방법입니다.

문제는 이 정보가 썩 정확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어떤 사실이든 인간의 머리 속에 들어가기만 하면 자기한테 유리하게 왜곡시켜버린다고 합니다. 또 이런 정보는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 구체적인 장면을 예로 들고 이럴 때 이래서 이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점을 참고하여 아이들의 머리 속에 누적된 가족에 대한 정보를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서른 명이 제출했는데 그 중 '할머니'를 선택한 아이가 2명, '아빠'가 15명, '형제자매'가 13명입니다. '엄마'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의외입니다. 엄마는 자신의 생명줄이어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 곧 신성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일까요?

다음 국어시간에는 여기에서 한 발 나아가 대상의 특징을 분류하고 특징별로 차례차례 써보는 공부도 해볼 예정인데 아마 오늘 보여드리는 글 보다는 조금 체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내지 않은 아이도 세 명 있는데 내일 챙겨봐야겠군요.


1. 할머니

제 할머니는 바쁜 엄마 대신 집안 일을 해주시고 제가 사주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사줍니다. 그리고 취미는 운동하기입니다. 슬픈 일이 있을 때만 빼고 항상 웃습니다. 하지만 단점은 깜빡깜빡 잘 잊어버립니다.(강민채)

우리 할머니는 집안 일도 해주고 아이스크림도 사준다. 안 좋은 점은 가끔 화를 내는 것이다. 특징은 요리하기이다. 그리고 나랑 제일 좋아한다. (권도은)

2. 아빠

아빠는 화낼 때도 있지만 좋을 때도 있습니다. 엄마는 캔디휘래쉬라는 게임을 하십니다. 우리 형은 화낼 때도 있지만 날 좋아할 때도 있습니다. 동생은 귀여운데 말을 안 듣습니다. 그래도 나는 동생이 좋습니다.(이준민)

쉬지 않고 매일매일 열심히 일하신다. 가지고 싶은 것을 다 사주신다. 우리 아빠는 맨날 아침마다 방귀를 뀌신다. (박영은)

아빠는 내가 놀아달라고 할 때도 같이 놀아주고, 도서관도 같이 가주고, 뭐 도와줘라 할 때도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잠잘 때 코를 고는 것을 고쳤으면 좋겠습니다.(송희은)

우리 아빠는 나랑 잘 놀아주고 돈을 많이 벌어주고 컵 쌓기를 열심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아빠는 술을 많이 마십니다.(김차미)

우리 아빠는 한 번씩 화를 내고 또 한 번은 잘해준다. 인라인을 타고 싶다고 하면 태워준다. 그리고 라면도 끼려준다(끓여준다).(박세은)

우리 아빠는 영어를 잘 하시고 자상하시고 뭐든지 사주시지는 않지만 1-2가지는 사주셔요. 그리고 툭 하면 혼내지는 않지만 가끔 혼내시고 아주 무서워요.(김무성)

아빠는 주말에 잘 놀아줘요. 게다가 나한테 인라인, 축구, 배드민턴, 줄넘기 등등 여러 가지 운동을 가르쳐줬어요. 주말에도 잘 놀아줘요. 우리 아빠는 방구를 너무 자주 껴요. 그래서 그 점을 고치면 좋겠어요. (구본희)

제가 설명할 사람은 아빠입니다. 우리 아빠는 내가 사 달라는 것도 사 주고 먹을 것도 사 줍니다. 하지만 가끔씩 소리를 지릅니다. 안경도 씁니다. 저와 많이 닮았습니다. 팔에 털이 있습니다. 저도 있고요. 아빠와 나는 많이 닮았습니다.(김동혁)

우리 아빠는 잘 놀아주고 회사일도 잘 해요. 또 군인 차도 잘 몰아요 우리 아빠는 만들기를 잘 하고 잘 놀아줍니다. 맛있는 것을 잘 사줍니다. 밤이 되면 운동을 하러갑니다. 아빠는 대청소를 많이 합니다.(조정민)

제 아빠는 축구를 잘 합니다. 그리고 아빠는 재미있습니다. 아빠는 우리 생일 때 선물도 줍니다.(정경호)

우리 아빠는 기억력이 좋고 공부를 잘 하고 사고 싶다는 것은 다 사주시고 가고 싶다는 곳은 가게 해준다. 안 좋은 점은 너무 무섭게 혼낸다.(박준현)

아빠는 기억력이 좋고 내 몰래 게임할 때 다 봐요. 그리고 사달라고 하면 뭐든지 사줘요.(박서진)

일을 열심히 해주시고 내가 해달라는 걸 다 해주시고 내가 사달라는 것을 다 사주시고 내가 공부할 때 어떻게 푸는 것인지 모를 때 이렇게 푸는 건지 다 알려주시고 나를 조금 혼낸다.(김해수)

우리 아빠는 너무너무 좋습니다. 제가 어제 아빠 아는 삼촌이랑 아는 형아와 계곡에서 엄청 신나게 놀았어요. 아빠 때문에 아빠가 운전은 밀양까지 했어요. 물에서 엄청 신나게 터널도 지나고 했어요.(김민재)

3. 형제자매

우리 동생은 내가 때릴 때 소리를 지른다. 또 눈을 잡아당긴다. 그 다음에 내가 놀고 싶은 거 해준다. 또 내가 주라는 거 준다.(안재웅)

내 동생은 나를 깔아뭉갤 때도 있지만 나랑 잘 놀아줍니다. 그리고 내 딱지가 없을 때 내 동생이 줍니다.(김명신)

우리 동생은 날 때려팹니다. 우리 동생은 날 존경합니다. 우리 동생은 밥을 안 먹습니다. 우리 동생은 날 사랑합니다. 우리 동생은 그림 그릴 때 제일 예쁩니다. 그림 그리는 모습이 화가 같습니다.(강진우)

동생은 좋은 점은 영어를 잘 한다. 또 욕을 하지 않는다. 그림 색칠도 잘 한다. 안 좋은 점은 내 물건을 가져간다. (남정민)

우리 동생은 내가 신발 정리하라고 하면 정리하고 내가 시키는 일을 잘 한다. 우리 동생은 엄마 앞에서 땡감(고집)을 부린다.(김가영)

우리 동생은 내가 부탁하는 것을 전부 해줍니다. 떼를 쓰지 않고 엄마, 나, 아빠에게 부탁을 합니다. 내가 심심할 때 함께 놉니다. 그리고 저를 누나 하고 예쁘게 불러줍니다.(이다빈)

우리 동생은 공부하는 것을 싫어합니다.또 밖에 나가는 것을 엄청 싫어합니다. 그리고 양보는 조금 밖에 안 합니다. 우리 동생은 달리기를 잘 합니다. (박준하)

우리 경호 고칠 점은 툭 울어서 내가 달래줘요. 경호는 좋은 점이 친절해요. 경호는 게임을 잘 해요. 경호는 잘 하는 게 소리지르는 것이에요.(정경수)

동생은 좋은 점은 내 말을 잘 듣고 도와주라고 하면 도와준다. 안 좋은 점은 동생이 화가났을 때 갑자기 엄청 많이 때린다. 그래서 동생이 때리는 것을 그만하면 좋겠다.(정성웅)

언니는 머리가 길고 공부를 잘 한다. 그리고 플루트도 잘 불고 내보다 피아노도 잘 친다. 채소도 잘 먹어서 내 보다 키가 두 뼘이나 크다. 또 내가 해달라는 것도 다 해준다. 그리고 언니 성격은 착하다. 그래서 난 언니가 좋고 사랑스럽다.(조아정)

우리 언니는 어떨 때는 화 내고 또 어떨 때는 잘 챙겨준다. 화낼 때는 맨날 구박하고 숙제해라면서 자기는 안 한다. 잘 챙겨줄 때는 나랑 같이 학교 가고 나를 많이 지켜준다.(민지영)

오빠야의 좋은 점은 맨날 숙제를 도와주고 재미있게 놀아주니까 좋습니다. 그리고 맨날 잘 때 재워줘서 좋습니다. 특징은 잔소리를 많이 합니다.(민지수)

우리 오빠는 나랑 잘 놀아주고 잘 업어주고 하고 싶은 것 다해주고 안 때립니다. 나는 우리 오빠가 화를 아주 가끔씩 내는 것을 고쳤으면 좋겠습니다.(김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