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연구대회와 임시휴교
오늘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엄청난 은총(?)을 받았습니다. 다름아닌 내일 수업연구대회에 우리학교에서 2명이 출전을 하는데 준비관계도 있고, 수업을 보고 무언가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임시 휴교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아침에 이 황당하면서도 놀라운 소식을 접하면서 저는 학년부장에게 따졌습니다. 사실은 학년부장에게 따질 일은 아닌데 홧김에 그랬지요.
수업연구대회를 꼭 보고 싶은 사람은 출장을 내어준다고 했으니 가면 될텐데 그걸 가지고 휴교까지 한다는 것은 아이들에 대한 교사들의 폭력이라고 따졌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내부의 논의과정 없이 얼렁뚱땅 결정해버리는 학교의 운영난맥상에 대해서도 피를 토하듯 따졌습니다.
학년부장 선생님은 어제 몇몇 선생님들이 가고 싶다는 의견을 냈기 때문에 교장한테 휴교에 대한 동의를 하고 왔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물론 수업연구대회를 참관하면 좋겠지만 궂이 휴교까지 하면서 학사일정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화가 난 부장은 결국 문을 박차고 나가 버리고 6학년 연구실에는 냉랭한 기운만 감돌았습니다.
2교시 마치고 교장한테 갔습니다. 왜 궂이 휴교를 하느냐고 물었지요.
교장은 선생님들이 강력히 원해서 들어주었다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누가 잘못했는지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습니다.
학년부장은 정말 악이 없는 사람이고 마음이 여린 분입니다. 그리고 어제까지 휴교에 대한 말이 없다가 오늘 아침 갑자기 회의를 소집하니까 어제 몇몇이서 하는 말을 듣고 엉겹결에 좋다고 한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교장, 교감 등의 관리자가 문제인데 교장은 선생님들이 강력히 원해서 들어주었다고 하니 누구를 탓해야 하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점심때쯤 학년부장에게는 사과의 편지를 띄웠습니다. 사실은 우리끼리 싸울 문제가 아닌데 언성을 높여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김해의 초등학교는 난리법석입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연구대회에 나가는 분이 있는데 준비한 자료가 승용차 안에 가득찰 정도로 많습니다. 예전에는 트럭에 싣고 갔다는데 그것보다는 작지만 만만치는 않습니다.
집사람 학교인 칠산초등학교에서도 1명이 나가는데 전체 교사가 달라붙어 자료를 제작한다고 학사일정이 1주일째 마비상태라고 합니다.
물론 수업대회를 통해서 보다 질높은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요. 하지만 그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서 희생되는 것은 너무나 많지 않을까요? 우선, 수업자 자신은 자기반 아이들은 도외시한 채 자료 준비다 수업 예행연습이다 해서 떠돌아 다니게 되고, 그것을 도와주는 동학년 교사들이나 전 직원들도 사실은 초긴장 상태에 돌입하게 되어 수업 결손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그 수업을 보러 가기 위해 그것도 단 2명의 참가자를 위해 학교가 휴교한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아이들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이율배반의 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수업대회에서 1등급을 하더라도 승진 점수 대신 이동 점수만 주든지, 아니면 아예 수업대회를 방학중에 하든지 해야 이런 부작용이 줄어들겠지요.
(200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