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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고객님'이라?

늙은어린왕자 2015. 1. 26. 16:23

"282번 고객님, 카운터로 오세요."

 

등본과 가족관계 증명서 떼려고 김해 북부동 주민센터에 들렀더니 일 보는 공무원이 이렇게 말하며 내 차례를 부른다. '고객'이라...이 말이 일본식 한자말인 것은 나중에 따지더라도 은행이나 상점에서 쓰는 말을 정부기관에서 쓰는게 영~ 못마땅하다. 일이 마무리될 즈음 내가 말했다.

 

"저~ 이런 공공기관에서 고객님이란 말 쓰면 안될 것 같아요."

 

담당 공무원이 수줍게 웃으며 답했다.

 

"저도 그 말이 좀.. "

 

담당 공무원도 이 말이 썩 내키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다른 공무원이나 다른 기관에서도 쓰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눈치다.

 

"그럼 윗분들한테 얘기해보세요. 고객보다는 손님이 더 좋은 거 같아요."

 

젊은 여성인 담당 공무원은 말은 없었지만 멋쩍게 웃는 것으로 답한다.

 

상점에 오는 사람은 고객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지만 주민들 일을 맡아보는 기관에서는 주민 모두가 주인 아닌가. 되고 안 되고가 있을 수 없는데 고객이라 불러서야 되겠나. 손님이 훨씬 듣기 좋기는 한데, 잘 찾아보면 더 좋은 말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