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에 초등교과서 한자병기가 웬 말입니까!
광복 70주년에 초등교과서 한자병기가 웬 말입니까!
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는 일본에 빼앗긴 땅과 주권만 도로 찾은 것이 아니라 우리말과 글도 되찾았습니다. 일본은 이 나라를 강제로 빼앗고 마을 이름과 사람 이름까지 일본 한자말로 바꾸고 우리말을 못 쓰게 하는 바람에 우리 말글은 온갖 설움과 구박을 받고 죽어 사라질 뻔했습니다. 그때 조선어학회 학자와 독립 운동가들은 떨쳐 일어나 우리 한글을 지키고 갈고 닦다가 일본 경찰에 끌려가 모진 고문과 옥살이를 겪었고, 목숨까지 잃은 분도 있습니다.
아~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패망하고 물러가면서 우리는 우리 말글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방 뒤 함흥형무소에서 풀려난 조선어학회 선열들은 “한글 만세!”를 외치며 기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분들이 미국 군정청 시절에 우리 한글로 교과서와 공문서도 만들고, 일본이 못 쓰게 한 우리 토박이말을 도로 찾아 쓰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웬 말입니까!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일본 한자말과 일본식 한자혼용에 길든 일본 식민지 지식인들은 이에 반대했습니다. 어떻게 아녀자나 쓰는 언문으로 교과서를 만드느냐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은 교과서로 공부하고 말글살이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옳기에 미국군정청도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1948년 대한민국을 세우고도 교과서와 공문서를 한글로 적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식민지 정서에 찌든 지식인들은 한글맞춤법도 잘 모르니 한글만 쓰는 말글살이가 불편하고 지식인 행세하기가 힘드니까 “학교를 나와도 한자 혼용하는 신문을 못 읽는다”면서 한글만 쓰기를 끈질기게 반대했습니다. 결국, 일본을 본떠 교과서에 국한문혼용과 한자 병기를 시행한 탓에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 정책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1970년부터 한글만으로 교과서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반세기 만에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고, 그 바탕에서 경제도 빨리 발전하고 자주 문화가 꽃펴서 우리 문화 ‘한류’가 지금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한글전용 정책을 편 덕입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일본식 한자 혼용 주장자들 말만 듣고, 그것도 광복 70주년에 일본 한자말을 초등학생 때부터 길들이려고 초등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은 조선 시대나 일본 강점기 때처럼 한자를 많이 쓰는 시대도 아니고, 한자혼용을 고집하던 신문과 대학 논문도 한글로만 쓰는 한글 세상입니다. 그리고 한글전용이 큰 시대 흐름인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교과서 한자병기 방침을 그대로 두면 한글을 만들어주신 세종대왕과 한글을 목숨처럼 생각하고 지키고 살려준 선열들과 후손들에게 큰 죄를 짓는 일이기에 교육부에 반대 건의문을 보내고 당장 그 정책 추진을 중단하라고 찾아가 말해도 교육부에서는 마구잡이로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제 나라발전과 자주문화 창조의 밑거름인 한글교과서가 죽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교육부가 죽인 한글교과서 장례식을 치르면서 마지막으로 이 잘못된 일을 대통령께 알리려고 대통령 면담을 요청합니다. 꼭 만나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호소합니다.
광복 70주년 광복절을 앞둔 8월 13일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대표들 밝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