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0일 월요일
정훈이와 태현이
수학 시간이었다. 정훈이가 책상 위에 아무 것도 펴놓지 않은 채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짝지 태현이에게 말을 걸고 있어서 야단을 쳤다.
"정훈아, 책을 안 가져 왔으면 종합장이라도 내놓고 써야지. 아무 것도 안 하면 우짜노."
그러나 정훈이는 태연하기만 했다.
"종합장도 없는데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참고 조용히 일렀다.
"내일 학교 올 때 종합장 한 권 사 온나."
"네."
대답은 시원하게 했지만 믿을 수가 없어서 정훈이 손에 '종합장'이라고 써 주었다.
사실 오늘 정훈이를 더 혼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야 정훈이도 마음을 바로 잡고 다른 친구들도 그 모습을 보고 배우기 때문이다.
내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은 것은 정훈이 짝지 태현이한테 배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태현이는 수업시간에 누가 말을 걸어도 모두 들어준다. 그러면서도 제 할 일은 다 해놓는다.
“선생님, ○○가 공부 방해하는데요.”
한 번도 이렇게 고자질 하지 않았다. 오늘 수학시간에도 풀어야 할 문제가 많았지만 태현이는 부지런히 문제를 풀면서도 정훈이 이야기까지 들어주었다.
5월 초에 자리를 바꿀 때 정훈이 옆에 수학이끔이가 된 태현이를 앉혔다. 정훈이가 수학 문제를 못 푸는 것은 아니지만 태현이 옆에 앉아서 집중하며 공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다. 그런데 태현이는 오히려 정훈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태현이가 생각주머니에 써놓은 글이다.
‘이번에 수학이끔이가 되었다. 짝지는 정훈이가 되었다. 정훈이가 잘 따라할 지 걱정이 된다.’
이렇게 정훈이를 생각해주는 태현이가 참 고마웠다. 이런 태현이 모습을 보고 나도 정훈이한테 화를 안 내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급식소에서 점심 먹을 때 정훈이가 어제 태현이 생일파티 갔던 일을 나한테 자랑했다. 정훈이 말로는 태현이가 쪽지로 먼저 초대했다고 한다. 가서 맛난 음식도 먹고 재미있게 놀다가 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태현이가 정훈이한테 참 좋은 친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태현이는 모든 사람들한테 좋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훈이가 이런 태현이를 짝지로 만난 것도 복이다. 태현이가 가진 좋은 점을 정훈이가 많이 배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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