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토요일 구름이 낮게 내려앉음
연필 깎기 대회
10월 생일잔치를 마치고 연필 깎기 대회를 했다. 대회를 연 까닭은 연필로 글쓰기를 많이 하면 좋겠다는 마음과 칼 쓰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익히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간단히 연필 깎는 방법을 설명하고 바로 대회로 들어갔다. 개인별로 연필을 준비한 아이도 있었지만 대회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민서가 가져온 연필을 썼다.
돌아다니면서 칼 쓰는 걸 살펴봤더니 몇몇 아이들 빼고는 대부분 서툴렀다. 아직 3학년이라 손가락 힘 조절이 안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오늘 대회가 잘 깎은 연필을 골라내기 보다 칼로 연필을 깎는 경험을 갖기 위해서니까 못 깎아도 상관은 없다.
진지하게 깎고 있으니 어떤 아이는 시험 보는 것 같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계속 가슴이 쿵쿵 뛴다고 했다.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참 민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 분 정도 깎으니 다 깎았다며 들고 나오는 아이들이 있었다. 익숙한 내가 깎으면 일 분 안에 하나씩 깎을 텐데 아이들은 처음 깎는다고 어지간히 정성을 들였던 모양이었다.
연필을 모아보니 모양이 가지각색이었다. 뭉툭하고 비뚤하고 뾰족하고……. 사람이 다 다르게 생겼듯 연필도 그러했다. 하지만 저마다 최선을 다해 가져왔다.
아이들 몰래 연필에 번호를 쓰고 예쁘고 쓸모 있게 깎은 것과 못난이 연필을 골라보도록 했다. 연필을 잘 깎든 못 깎든 보는 건 모두 프로처럼 진지하게 심사했다.
아이들이 골라낸 연필을 살펴보니 내가 심사한 것과 거의 비슷하게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아이들 의견만으로 등위를 매겨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하고 행사를 마쳤다.
시상은 1위, 2위 이렇게 주기는 식상해서 재미있고 기분 나쁘지 않은 상 이름을 생각해보았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은 잘 깎은 연필에는 '잘 깎았다 상', '예쁘다 상' 이렇게 주고, 못 깎은 연필에는 '칼 아깝다 상', '손부끄럽다 상' 이렇게 주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열 가지 이름으로 상을 주기로 정했다. 등수로 따지지 말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 글 쓰고 싶다 상 : 남경민 이진하
• 쓸모 있다 상 : 김동협 손미경 이수민
• 예쁘다 상 : 이윤재 이용은 강량희
• 깜찍하다 상 : 정수인 문예진 김경희
• 깔끔하다 상 : 김태현 권구완
• 너 닮았다 상 : 장한별 박시현
• 칼 아깝다 상 : 강정훈 조민석
• 연필 괴롭다 상 : 박가연 박찬기 양현수
• 하하하 상 : 강민서 손은서
• 노력했다 상 : 여성진 박규리 이혜민 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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