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목요일 맑고 따뜻함
미안해 민경아
“선생님, 저 도저히 못 뛰겠어요.”
운동장을 달리던 민경이가 숨을 헉헉거리며 달려왔다.
“민경아, 괜찮나? 아이고 힘들었제. 웅크리지 말고 팔 들고 숨 크게 쉬어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민경이 얼굴이 노랗게 변해있었다. 대답할 힘도, 팔 올릴 힘도 없어보였다. 그래서 팔을 옆으로 들어서 숨을 쉬게 했더니 한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민경아, 괜찮아?”
걱정스런 마음에 몇 번이나 이렇게 물어도 민경이는 대답 없이 고개만 가로저었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목을 가리켰다. 목이 타는 모양이었다.
“안 되겠다. 경희야, 민경이 데리고 가서 물 좀 먹여줄래?”
경희가 민경이를 데리고 곧장 급식소로 갔다. 힘없이 걸어가는 민경이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솟구쳤다.
줄을 준비한 아이들이 줄넘기 2단계를 하는 동안 줄이 없는 아이들 아홉 명은 오래달리기를 하도록 했다. 천천히 두 바퀴 뛰고 한 바퀴 걷는 방식으로 세 번을 되풀이하면 합격하는 방식이었다.
민경이는 줄이 없어서 달리기를 했다. 처음에는 잘 달리는가 싶더니 두 바퀴 돌았을 때 혼자 멀찌감치 뒤처졌다. 달리기 속도가 워낙 느린 탓이었다. 그래서 두 번째 부터는 함께 뛰게 하려고 민경이를 맨 앞에서 뛰게 했다. 다른 아이들은 민경이 덕분에 천천히 뛰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민경이가 앞서서 뛰고 아이들이 뒤따라갔다. 아이들이 설렁설렁 뛰는 걸 보니 민경이도 똑같이 그렇게 뛰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민경이는 설렁설렁 뛰는 게 아니라 사실은 있는 힘껏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걸 왜 몰랐을까.
민경이는 앞에서 뛴다는 책임감 때문에 멈추지도, 걷지도 못하고 계속 뛰기만 했다. 차라리 처음처럼 뒤처졌으면 걷기라도 했을 텐데 맨 앞에서 뛰다 보니 그럴 수도 없었던 것이다.
교실로 와서 민경이 이마에 손을 얹어보니 미열이 있었다. 보건실로 보냈더니 열이 37.6도까지 올라갔다며 해열제 먹이고 안정시켜 보내겠다고 연락이 왔다. 다행히 집에 갈 때는 열은 내렸지만 민경이가 나 때문에 고생만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민경이 일을 겪으니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든지 개인별 차이를 꼼꼼히 살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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