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월요일 흐림
걱정되는 엉뚱남과 부실남
다음 주 토요일 학예회를 앞두고 오늘 학예회 프로그램을 제출했다. 우리 반은 노래 부르기(독창, 중창, 합창)가 7종목, 악기연주(피아노, 리코더, 오카리나, 바이올린)가 6종목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수화와 태권도시범, 춤, 마술, 과학실험, 연극이 각각 한 종목씩이다. 여기에다 지난 1학기 말에 만들었던 그림책 읽어주기(개인별)와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는 ‘사진이야기’가 더 있다. 공연을 모두 마치는 데 대략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릴 듯하다.
여러 종목 가운데 노래 부르기와 악기 연주는 대부분 여학생들 몫이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잘 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마술, 과학실험, 연극 같은 남학생 종목이다. 이 중에서 마술은 그나마 (정)현민이와 현수가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서 걱정이 덜 되는데 과학실험과 연극은 그야말로 안개 속이다.
과학실험은 ‘엉뚱남’ 세 명(시현, 지상, 김현민)이 준비하는 종목이다. 학예회 같은 무대에서 과학실험은 안 된다고 말렸지만 이들이 워낙 과학을 좋아하는데다 하겠다는 마음이 강해서 시켜주었다. 하지만 역시나 아직까지 마땅한 실험을 아직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오늘은 삼각프리즘을 가져와서 햇빛을 분리하는 실험을 하고 있는데 당일 날 해가 안 뜨면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도 없다.
연극도 마찬가지다. 연극은 프로그램이 없는 남학생이 너무 많아서 억지로 한 가지라도 참가하도록 하려고 만든 종목이다. 출연배우는 ‘부실남’ 여덟 명이다. 이들은 지난주에 계획을 짤 때 흔하디흔한 이야기인 ‘흥부와 놀부’를 하겠다고 하더니 오늘은 그마저도 도저히 준비를 못하겠다며 종목에서 빼달라고 했다. 그래서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사마귀 유치원을 패러디해서 여학생들의 폭력을 다루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귀가 솔깃한 지 준비해보겠다고 했다. 잘 될지는 물음표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다른 반에서도 엉뚱남과 부실남들이 많아서 선생님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없는 재주를 억지로 부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제발 우리 반이라도 엉뚱남과 부실남들이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엉뚱하고 부실하다는 오명을 벗었으면 좋겠다.
[낱말풀이]
*엉뚱남 : 엉뚱한 남자
*부실남 : 부실한 남자
**둘 다 사전에는 없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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