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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함과 삶

늙은어린왕자 2006. 8. 3. 10:43

희망하지 않은 연수를 받고 있다. ICT를 활용한 영어연수. 어느 참가자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컴퓨터이고, 그 다음이 영어인데 이 연수는 그 둘을 결합했으니 정말 괴롭군요."
나 또한 처음에는 교육청에서 인원수가 강제 배정되어 가기 싫은 연수를, 그것도 다른 사람이 신청했다가 낙마하는 바람에 갈 사람이 없어서 할 수 없이 가기로 한 연수를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지는 않았다. 비루한 상황이라고 할까.

오늘 사흘째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결론은 내가 아는 것과 중복되는 것도 있지만 꽤 쓸만한 정보도 많이 알았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유익한 연수가 되고 있고, 어떻든 유익한 연수로 만들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꼭 나에게 이로운 현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선택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내게 떨어진 현실을 보다 유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내 능력이 아니겠는가 하고 자위하며 오후 연수에 들어가련다.

여유가 있으니 신문이 눈에 들어온다. 2일자 한겨레신문 홍세화 칼럼을 보니 한겨레신문을 절독한다는 선언이 요즘들어 부쩍 많아진 모양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조중동' 독자들은 소리 없이 절독하는 반면에 한겨레 독자는 꼭 주위에 선언을 하기 때문에 그의 귀에는 한겨레 절독 소리만 들린다고 한다.
이 사회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어느 정도 비루함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 내가 전교조에 잔류하는 것은 이런 공감 때문이다. 조중동의 비루함 못지 않게 내게는 전교조가 비루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의 선명성을 주장하려 했다면 전교조는 2년 전에 탈퇴했을 것이다.  '한겨레마저'가 아니라 '한겨레라도 없다면'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는 홍세화의 절규가 처절하다. (06.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