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정훈이
쓰기 시간이었다. 정훈이가 교실 바닥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처음엔 책상 안과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무얼 찾는 듯 하더니 원하는 걸 찾지 못했는지 죽치고 앉아있기만 했다. 더 애써서 찾고 싶은 생각도, 의자에 올라올 마음도 없는 것 같았다. 이런 행동을 며칠 째 되풀이하고 있다.
“여기 앉아서 뭐하노. 공부도 안 하고!”
다가가서 야단쳤더니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연필이 없어서요."
어이가 없었다. 며칠 전에도 연필이 없다고 해서 두 자루나 구해주었기 때문이다.
"그저께 준 연필은 우쨌노?"
"잃어버렸는데요."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이 아이는 언제쯤이면 자기 물건 하나 제대로 챙길 수 있을까.
"어서 자리에 앉아라."
"……."
화난 내 눈치를 보고서야 정훈이는 자리에 앉았다. 정훈이가 삼 학년 노릇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수업을 하는데 동협이가 물었다.
"저, 선생님. 제가 안 쓰는 연필 정훈이한테 하나 줄까요?"
그러라고 했다.
동협이가 필통에서 연필 하나를 꺼내 정훈이에게 건넸다. 그런 동협이를 보니 화났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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