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팽이치기
요즘 남학생들이 틈만 나면 팽이치기 놀이를 한다. 아침 자습 시간, 쉬는 시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공부 시간에도 할 일이 끝나면 팽이를 친다. 얼마나 재미있기에 그럴까?
멀찍이서 지켜보기만 하다가 쉬는 시간에 수민이, 동협이가 가지고 있는 팽이를 살펴보았다. 크기는 작은데 금속으로 뼈대를 만들어서 아주 단단하였다. 위쪽에는 플라스틱으로 장식을 해 놓아서 보기도 좋았다.
그런데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이었다. 동협이 말로는 문방구에서 파는 것은 삼천 원 정도여서 괜찮은데 큰 마트에서 파는 것은 팔천 원이나 한다고 한다. 기능이 많은 것은 더 비싸다고 했다.
팽이를 손잡이에 끼워서 버튼을 누르니 팽 소리를 내며 돌았다. 도는 속도가 굉장했다. 어찌나 빠르게 도는 지 손바닥 위에 올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맛으로 팽이를 돌리는구나 싶었다.
새삼 내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팽이가 생각났다. 그 때는 대개 집에서 나무를 깎아 직접 만들었다. 그러다가 낫이나 칼에 상처도 많이 입었다. 그 때 입은 상처가 지금도 손가락 곳곳에 흉터로 남아있다.
가장 많이 만든 건 줄팽이였다. 나무를 팽이 모양으로 깎고 다듬은 뒤 굵은 못이나 머리 둥근 나사를 중심에 박아서 만들었다. 긴 줄을 감았다가 세게 푸는 힘으로 팽이를 돌렸다.
팽이 싸움에 대비해서 쇠 베어링을 테두리에 끼워 만들기도 했다. 그 때 시골에서는 베어링을 구하기 힘들었는데 마침 우리 집이 방앗간을 해서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방앗간에 베어링을 쓰는 기계가 많았다. 그래서 동네 형들이 베어링을 얻으려고 나한테 잘 보이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신발 끈이나 닥나무 껍질로 때려서 돌리는 나무 팽이도 가끔 만들어서 얼음판 위에서 돌리곤 했다. 하지만 줄팽이 보다 인기가 없어서 많이 만들지는 않았다.
팽이 놀이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했다. 오래 돌리기 시합은 기본이고 팽이끼리 부딪혀서 넘어뜨리기, 줄 위에 올렸다가 내리꽂기 같은 싸움을 했다. 팽이끼리 부딪히기를 할 때는 베어링이 부딪히면서 불꽃이 튀었다. 겨울에 날이 저물 무렵까지 팽이싸움을 하면 그 불꽃이 마치 폭죽처럼 번쩍이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팽이를 문방구나 마트에서 사야 되고, 놀이할 장소나 시간도 별로 없어서 예전과는 환경이 많이 다르다. 그래도 팽이치기가 아직 인기 있는 놀이라서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나면 남학생들과 팽이싸움을 한 번 붙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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