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6월 8일 - 속담 맞추기 놀이

늙은어린왕자 2010. 6. 16. 15:43

6월 8일

속담 맞추기 놀이


  듣기말하기 시간에 속담에 관해 공부하고 속담 맞추기 놀이를 했다. 놀이 방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모둠별로 한 명씩 일어서게 한 뒤 빈 칸으로 된 속담을 보여준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속담이면 ‘□□□도 □ 말 □면 □다.’ 로 문제가 나간다. 이 단계에서 바로 맞히면 2점을 준다.

  바로 맞히는 사람이 없으면 첫 글자를 선택하면서 풀 수 있다. 'ㅎ'을 선택하면 ‘ㅎ□□도 ….’로 바뀌는데 이걸 보고 문제를 푼다. 못 풀면 다른 글자를 선택하며 푼다. 문제를 맞히면 1점을 준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다 풀었을 때 점수가 많은 모둠이 이기는 놀이다. 만약에 아무도 못 맞히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들어서 맞히도록 하고 답을 말하면 사탕을 한 개 준다.


  문제는 모두 서른 개를 준비했다. 책에 나오는 속담을 포함해서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한 번이라도 발표한 속담은 모두 넣었다. 그래도 모자라는 건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학년 수준에 맞는 것으로 골랐다.

  놀이를 해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속담을 잘 알았다. 절반 정도는 첫 단계에서 바로 맞혔다. 진심어린 칭찬을 해주었다. 

  속담에 관한 책을 많이 봤는지 태현이는 2점짜리 두 개에다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도 두 개 다 맞혔다. 그래서 태현이 차례에 함께 일어선 아이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마지막 문제를 앞두고 점수판을 보니 1, 2, 5, 6모둠이 4점, 6모둠이 5점이었다. 6모둠은 태현이 모둠이다. 마침 마지막 차례가 태현이여서 6모둠이 아주 유리한 상황이었다.

  마지막 문제는 맞히기만 하면 2점을 준다고 했다. 네 모둠 가운데 어느 모둠이 맞혀도 우승인 셈이다. 문제는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였다. 마지막 문제답게 좀 어려운 것이 나왔다.

  예상대로 첫 글자를 다 열 때까지 아무도 맞히지 못했다. 첫 글자가 다 열리고 아이들은 생각에 빠졌다. 

  ‘ㅁㄷ ㅅㅇ지 ㅇㄷ이에 ㅃㄴ다.’

  화면을 곰곰이 보고 있던 태현이가 먼저 손을 들었다.

  “밉던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태현이가 생각한 답이 정답에서 살짝 빗나갔다. 알고 있는데 정확한 낱말이 생각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태현이는 아무도 말하지 못할 때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대단했다.

  “아깝다. 거의 다 맞혔는데. 태현이가 말한 게 거의 맞아. 앞에 있는 두 글자만 틀렸어. ㅁㄷ가 무슨 낱말일까? 어떤 송아지일까?”

  말이 끝나자 말자 량희가 손을 번쩍 들었다.

  “마당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아닙니다. 다른 사람?”

  이번에는 진하가 말했다.

  “모든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그것도 아닙니다.”

  다음은 수지였다.

  “모두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아깝습니다.”

  거의 답이 다 나왔는데도 정답만 비켜가는 걸로 봐서 이 속담이 낯선 모양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힌트를 주었다.

  “안 좋은 뜻입니다.”

  그러자 동협이가 정답이 확실하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맞던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나도 어찌나 우스운 지 한바탕 웃었다.

  “아닙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틀리면 여기서 놀이가 끝납니다.”

  이 때 잠자코 보기만 하던 규리가 손을 들었다.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

  “정답입니다. 우승은 1모둠입니다.”

  1모둠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르고 다른 모둠은 저렇게 쉬운 낱말을 몰랐냐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우승한 1모둠과 아깝게 2등이 된 6모둠에 사탕을 한 개씩 주었다. 그러자 사탕을 못 받은 아이들이 어학실로 가며 말했다.

  “못된 선생님 엉덩이에 뿔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