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금요일 공기는 차갑지 않으나 바람이 세다.
기말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고 나니 어느 새 한 해가 다 간 느낌이다. 때마침 찬 바람이 세게 불어서 시험 치는 내내 창문이 덜컹거리고 창 밖에는 나무들이 휘청거렸다. 시험을 보다가도 웅웅거리는 바람소리에, 덜컹이는 창문소리에 놀란 아이들이 고개를 들었다 놓곤 했다. 겨울을 재촉하는 소리와 시험지 위에서 쓱싹이는 연필 소리가 묘하게 어울린 가운데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아이들이 돌아간 오후, 시험지를 책상 위에 쌓아두고 밀린 학교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새 주변이 깜깜해졌다.
“시험 결과 언제 나와요?”
“내일 가르쳐 줄거죠?”
낮에 아이들이 던져놓고 간 말들이 떠올랐다. 내일이라도 아이들 기대를 그르치지 않으려면 얼른 매겨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교실에 갔더니 이게 웬 일? 시험지가 모두 채점되어 있는 게 아닌가. 옆 반 선생님이 내가 바쁘다며 네 과목만 매겨놓겠다고 해놓고는 다 매기고 가신 것이다.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더니 ‘바쁠 때 서로 도우면서 사는 거죠.’라며 겸손한 답을 보내왔다.
서둘러 점수를 입력하고 과목별, 개인별로 점수를 훑어보았다. 대부분 점수가 좋고 특히 세 과목은 평균이 90점 이상이다. 시험 마치자마자 아이들에게 이번 시험에 만족하는 지 물었는데 여섯 명 빼고 다 만족한다더니 느낌으로 결과를 알았던 모양이다.
과학은 유별나게 점수가 낮게 나왔다. 과목별로 반응을 물었을 때 가장 불만이 많았던 교과다. 모르는 낱말이 있어서 어려웠다는 아이도 있었고 심지어 어떤 아이는 과학 시험 칠 때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기까지 했다더니 예상대로였다.
결과야 어떻든 이제 시험은 끝났고 내일이면 점수를 공개한다. 이번 시험이 올 해 마지막 시험이어서 아이들은 오늘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시험을 잘 본 아이들에게는 칭찬을,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격려를 해주며 떠나가는 한 해를 따뜻하게 배웅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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