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6일 월요일 구름 조금
개코 소코
-겪은 일 쓰기-
매주 화요일 아침 시간에 하는 겪은 일 쓰기를 오늘은 특별히 국어 시간에 해보기로 했다. 아침 시간에도 정성껏 쓴 글이 더러 나오지만 넉넉히 생각하고 쓸 시간이 없어서 글을 볼 때마다 조금씩 아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글감은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사흘 동안에 있었던 일로 한정하기로 했다. 금요일에는 기말고사가 있었고, 토요일에는 시험지 둘러보기와 생일잔치가 있었으며 주말과 휴일에도 가족, 친구들 사이에 겪은 일이 많으므로 글감 찾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다.
“관심 있게 보고 듣고 겪은 일인지, 남에게 들려줄만한 이야기인지, 내 생각이나 느낌이 생생한 것인지를 따져 보고 정해야 한다. 그리고 딱 한 장면만 잘 떠올려 쓰면 되지 여러 장면을 쓰면 안 됩니다. …….”
지난 한 학기 동안 글 쓸 때마다 했던 잔소리를 다시 늘어놓았다. 아이들은 이제 이런 소리에 눈도 끔쩍하지 않고 글감을 떠올리고는 거리낌 없이 써내려갔다. 곧 교실에는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로 가득 찼다.
써낸 글을 살펴보니 조금만 손질해서 바로 문집에 넣어도 될 만한 글이 무려 열일곱 편이나 되었다. 그 가운데 시험 이야기 세 편, 시험 외 생활 이야기 세 편을 골라보았다.
12월 6일 월요일 맑고 구름 조금
시험은 불안
박시현
난 시험 치기 전에 항상 불안했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숙제도 했고 교과서도 보았고 선생님이 말해준 것도 메모했다. 그런데 시험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근데 엄마한테 “이번 시험 불안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진짜로 시험을 쳤을 때 수학을 망쳤다. 지금까지 88점은 두 개다. 수학 88점 때문에 엄마한테 혼났다. “수학 꼬라지가 이게 뭐꼬?” 하면서 매 맞지는 않았지만 말로 무지 혼났다. 그래도 매 안 맞은 걸로 좋게 생각해야겠다.
1, 2, 3학년 시험 중 2학기가 제일 불안했다. 4학년 때는 불안하면 84점까지 떨어질 것 같다.
12월 6일 월요일 맑고 흰 구름 조금
엄마의 야단
박찬기
어제 엄마가 야단을 쳤다. 왜냐하면 시험을 못 치고 점수를 늦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시험이 이게 뭔데? 내가 공부를 안 가르쳤나 시험 문제집 안 사줬나? 점수 꼬라지가 뭐꼬?”
하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평균이 90점 넘은 거니깐 평균으로 치면 잘 친 거지!”
하고 말했다. 그래도 엄마가
“90점 넘은 게 잘한거냐? 그래도 평균 95점은 돼야지.”
라고 했다. 난 할 말이 없어서
“네.”
라고 자꾸자꾸 대답했다.
그리고 엄마가
“시험 문제에서 틀린 것은 외워오고 시험 점수가 나오면 바로 바로 알려줘야지.”
해서 또
“네.”
라고 말했다.
12월 6일 월요일 맑은 것 같기도 하고
시험 점수
김태현
어제 점심 때 엄마가 우리 집에 왔다. 너무 반가웠다. 나는 엄마가 오면
“시험 점수 어땠니?”
하고 물어볼 줄 알았는데 물어보지 않았다. 나가서 밥 먹으려고 차를 탈 때 내가 엄마에게
“엄마, 시험 점수 안 궁금해?”
라고 여쭈어 보았더니
“아, 맞다. 태현이 시험 쳤지. 그래서 시험 점수 좋게 나왔니?”
라고 하셨다. 그래서 장난칠까 그냥 말할까 생각했다. 그냥
“체육만 90점이고 나머지 다 100점이야.”
라고 했더니
“아깝다. 그래도 잘 쳤네?”
라고 하셨다. 그 망할 놈의 체육 때문에 너무 아깝다. 4학년 때는 꼭 올백 맞고 싶다.
홈플러스에 가서 엄마가 뭐라도 사줄 줄 알았는데 안 사주셨다. 역시 엄마는 시험점수가 올백일 때 원하는 것을 사줄 건가 보다.
12월 6일 월요일 아침에 너무 춥다
엄마와 싸움
박가연
오늘 아침에 엄마와 싸움을 한바탕 하고 왔다. 나는 아침에 청바지를 입으려고 하는데 엄마가 “따뜻한 치마 입고 가라.”고 하셨다. 나는 청바지를 입고 싶어서 엄마보고 큰 소리로 “청바지!”라고 외쳤다. 그리고 엄마가 또 “따뜻한 치마!”라고 외쳤다. 그래서 그 말을 반복하자 엄마가 “몽둥이 들고 온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엄마가 몽둥이 들고 오시기 전에 청바지를 놔두고 엄마가 준 치마를 후다닥 입었다. 뒤에 있는 지퍼는 오빠야 보고 빨리 잠가줘 해서 오빠가 급하게 잠가주었다.
학교로 오는데 정말 추웠다. 청바지 입고 엄마 말 안 들었으면 얼어 죽는 줄 알았다. 나는 다음부터는 엄마 말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엄마 말은 요술 말, 나의 말은 엉터리 말이라고 생각했다.
12월 6일 월요일 구름이 짙고 조금 많은
개코 소코
이윤재
목요일에 아빠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빠, 저 글라스데코 사주세요.”
그러니 아빠가
“뭐? 소코 소코?”
라고 하셨다. 또 할머니가
“개코 사 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니요. 글! 라! 스! 데! 코! 요!”
라고 크게 말했다. 그러니 아빠가
“소코 갖고 뭐하게?”
라고 하셨다.
“소코가 아니고 글라스데코요. 그리고 소코 우리반에서 유행이거든요.”
라고 했다. 그 때 내가 놀랐다. 왜냐하면 내가 소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때 할머니가
“개코 쓸데없이 사 가지고 짜다리 늘어놓을라꼬?”
라고 했다. 나는 짜증나는 목소리로
“우리 반에 개코 유행이거든요!”
라고 했다. 나는 이상했다.
‘아까는 소코라고 하더니 이번엔 개코라고 하네?’
라고 생각했다. 그 때 아빠가
“알겠다. 일요일 날 언니야 하고 소코 사러 가라.”
고 했다. 나는 “아 싸!”라고 했다.
일요일에 언니하고 소코 개코를 사러 갔다. 나는 너무 기쁘다.
12월 6일 월요일 햇빛 쨍쨍
제주도를 갖고 온 아빠
손미경
어제 아빠가 제주도를 다녀오셨다. 그래서 아빠가 기념품을 사가지고 오셨다. 나는 너무나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많이 나와서 엄마와
“너무 많이 사오셨어요.”
하면서 화를 냈다.
아빠게서 기념품을 차근차근 설명하셨다.
“이 약은 미경이 키 커라고 사온 건데 말뼈를 갈아서 뭉친 것이니까 하루에 5알씩 먹고, 이 한라봉 차는 한라봉이 신계절이어서 한라봉을 못 사서 사온 거고, 이 액자는 인형을 못 사서 사가지고 왔고 또 인형은 약속을 지켜야 할 것 같아서 샀고, 초콜릿은 할머니들도 드리고 우리도 먹자고 샀고, 이 아기 돌하루방 열쇠고리는 기념품으로 엄마와 너 가지라고 샀고, 이 자석은 그냥 냉장고에 붙이려고 사 왔다.”
그 말씀을 하시는 동안 살짝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하지만 아빠가 사오셨는데 감사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만 많아도 너무 많아서 걱정이 되었다. 어차피 우리도 제주도 가서 곰 인형 박물관에 가서 내 돈을 다 털어서 산다고 했는데 아빠가 부산에 도착을 해서 인형을 샀다고 한다. 우리 아빠는 참 못 말리는 아빠다.
<시험은 불안>을 쓴 시현이는 시험을 앞두고 불안했던 마음과 앞으로 할 걱정까지 잘 잡아 썼다. 같은 경험을 했던 아이들한테 공감을 줄 것 같다.
<엄마의 야단>은 엄마한테 야단맞는 모습을 대화를 살려 생생하게 썼다. 엄마 말에 계속 ‘네’라고 대답했던 찬기 모습이 재미있다. 찬기는 엄마한테 야단맞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현명하게 행동한 느낌이 든다.
<시험 점수>는 기대와 다른 엄마 모습이 잘 나타난 글이다. 전 과목에서 한 개 틀릴 정도로 시험을 잘 쳤으면 보통 엄마라면 어떨까? 아마 원하는 걸 다 사줄 정도로 좋아했을 것 같다. 태현이는 그러지 않은 엄마에게 섭섭한 마음이 있으면서도 더 잘 쳐야겠다고 마음먹는데 여기서 태현이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진다.
<엄마와 싸움>은 아침에 집에서 있었던 일을 잘 떠올려 썼다. 엄마와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실감나게 나타났고, 엄마 말대로 해서 추위를 피했을 때 엄마 말이 ‘요술 말’이라고 생각한 점도 재미있다.
<개코 소코>는 오늘 글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글이다. 교실이야기 제목을 '개코 소코'라고 정한 것도 이 글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요즘 개그콘서트를 보면 노인 두 명이 요즘 물건에 관해 선생님 설명을 듣고는 “좀 알아듣게 이야기해라.”며 무안을 주는 말이 나온다. ‘글라스데코’라는 말도 아빠와 할머니가 알아들기에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빠는 ‘개코’로, 할머니는 ‘소코’로 알아들으셨다. 그런데 ‘글라스데코’를 사고 싶은 마음에 아빠와 할머니가 말씀하신 ‘개코 소코’를 윤재가 자기도 모르게 따라 한 점도 재미가 있다.
<제주도를 갖고 온 아빠>를 읽어보면 정말 미경이 아빠는 인정 많고 꼼꼼한 분으로 보인다. 어떻게 그 많은 선물을 다 사오려고 했을까. 그런데 많은 선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쓴 미경이의 기억력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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