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5월 27일 - 장기자랑 동영상 소동

늙은어린왕자 2011. 5. 31. 10:01

 

5월 27일 금요일
장기자랑 동영상 소동

 

  어제 우리 반 누리집에 올린 동영상 때문에 아침부터 교실이 떠들썩했다. 동영상이란 수련회에 가서 반별 장기자랑 시간에 보여줄 춤을 찍은 것을 말한다. 며칠 전부터 여학생 다섯 명이 ‘걸스데이’가 부른 ‘반짝반짝’ 노래에 맞춰 춤을 준비해 왔는데 마침 어제 오후에 멤버 세 명이 있어서 연습 삼아 찍어서 올려본 것이다. 동영상을 본 지상이가 게시판에 까는(?) 반응을 보이면서 소동은 시작됐다.
  “얘들아, ‘반짝반짝’ 너무 웃기다. ㅋㅋ 왠지 이상해. 그걸 보고 있으니까 정신이 번쩍번쩍 들더라. 그거 제목 반짝반짝 대신 번쩍번쩍으로 바꾸면 어때?”
  장기자랑을 준비하던 여학생들이 이 글을 보고 발끈하고 나섰다. 
  “야! 너는 얼마나 춤 잘 추길래? 너도 춰봐!”
  “야, 박지상! 너 안무 짜는 게 얼마나 어려운줄 알아? 너가 그렇게 잘한다면 한번 해봐. 맨날 너는 뭐 한번만 보면 잘한다며? ㅋㅋ 잘난 척 쟁이야!”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듯 현정이와 미경이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소동은 아침까지 이어졌다. 어젯밤 일은 잊은 듯 여유 있게 교실로 들어선 지상이에게 여학생들이 다가갔다.
  “우리가 뭐가 이상한데?”
  “니는 뭐 잘 하노? 직접 해봐라!”
  “니가 더 웃기다!”
  갑작스런 공격에 멍한 표정을 짓던 지상이는 잠시 뒤 반격에 나섰다.
  “솔직히 이상하잖아. 이상하니까 이상하다고 하지. 안 그래?”
  “맞다. 진짜 이상하더라.”  주변에 있던 몇몇 남학생들은 지상이 편을 들어주었다.
  여학생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특히 동영상을 보지도 않고 지상이를 편드는 남학생(정성윤 외 2명)을 보고 더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여학생들이 우르르 다가가자 생명의 위협(?)을 느낀 지상이는 그토록 여유 있고 당당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슬금슬금 도망가기 시작했다. 잡고 잡히는 추격전으로 교실은 우당탕탕 혼란에 빠졌다. 결국 여학생들에게 잡힌 지상이가 애매모호한 사과를 하고서야 소동은 끝났다.
  수련회 장기자랑은 꼭 해야 되는 건 아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프로그램은 진행된다. 하지만 다른 반은 하는데 우리 반만 없으면 얼마나 초라해 보이므로 다섯 명의 여학생들이 힘을 모았다. 남학생들은 이런 여학생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조금 실수가 있어도 잘 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