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화요일 구름
성윤이의 홀로 시민단체
사회 시간에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 만들기’ 활동을 할 때다. 아이들은 각자 만들고 싶은 단체와 만들고 싶은 까닭을 발표했다.
먼저 ‘4대강 공사를 반대하는 시민 모임’을 만들고 싶다고 성윤이가 의견을 내자 미경이가 ‘동물을 보호하는 시민 모임’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또 민서는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겠다고 했다.
중간에 ‘통일을 바라는 시민 모임’(김현민)을 만들겠다며 지역 문제와는 조금 동떨어진 의견을 내기도 했지만 못 만들 것도 없겠다는 생각에 넣어주었다. 그러자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 모임’(박지상, 정성윤)을 만들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제는 민서가 ‘공부를 반대하는 모임’도 만들겠다고 나섰을 때 터졌다. 민서 의견에 아이들이 박수 치며 환호하자 성윤이가 불만스런 표정을 짓더니 ‘공부를 시키는 모임’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때부터 교실은 난리가 났다.
“니나 공부 많이 해라!”
“이 세상에서 사라져라!”
성윤이한테 아이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학생이 공부를 해야 되는 거 아이가?”
성윤이는 비난하는 아이들이 이상하다는 듯 능청맞게 소리쳤다. 그러자 아이들은 펄쩍펄쩍 뛰며 흥분했다.
“성윤이를 없애는 모임 만들자!”
“그래 맞다!”
“옳소!”
누군가가 낸 의견에 너나없이 동의하자 성윤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발표가 끝나고 가입하고 싶은 단체를 조사했더니 ‘4대강 공사를 바라는 시민 모임’에는 14명, ‘동물을 보호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16명, ‘거가대교 통행료 인하를 바라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4명이 가입하겠다고 했다. ‘통일을 바라는 모임’과 ‘통일을 반대하는 사람 모임’은 각각 10명으로 숫자가 같았고, ‘공부를 반대하는 모임’에는 무려 22명이 신청해서 가장 인기 있는 단체로 올라섰다.
아이들의 관심은 성윤이가 만들겠다고 한 ‘공부를 시키는 모임’ 회원수였다. 가입하고 싶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더니 달랑 한 명뿐이었다. 바로 성윤이였다. 반면 ‘성윤이를 없애는 모임’이 있다면 가입하겠냐는 물음에는 무려 23명이 손을 들었다. 아이들은 마치 월드컵 경기에서 우승한 듯 소리 지르며 환호했다.
“성윤아, 아무래도 오늘 인터넷 검색어 1위는 ‘성윤이 없애기’가 될 것 같다.”
내 말에 성윤이는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다른 사람에게 욕 듣는 사람이 오래 산다던데 오늘 아이들 비난을 먹은 성윤이는 아마 10년은 더 벌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