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금요일 안개 뿌연 맑은 하늘
통일 반대?
“통일 반대하는 그림 그려도 돼요?”
미술 시간에 ‘호국 보훈의 달’ 학예행사를 하던 중 성윤이가 물었다. 며칠 전 사회시간에 시민단체 만들기를 할 때도 ‘통일을 반대하는 모임’을 만들더니 여전했다.
“통일을 왜 반대하는데?”
“자꾸 도발하잖아요. 천안함, 연평도 사건 몰라요?”
성윤이 말에 여학생 몇 명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럼 넌 반대하는 그림 그려라.”
“예.”
성윤이는 거리낌 없이 대답하고는 그림을 그렸다.
5분 쯤 지났을까? 성윤이가 다른 자리에 가서 뭔가를 속닥거리고 있어서 가 봤더니 통일 반대하는 그림을 그리라고 아이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당장 자리에 가라고 야단을 쳤더니 쪼르르 달려갔다.
“통일을 바라지 않으면 너만 그렇게 그리면 되지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말 할 필요가 있나?”
부릅뜬 내 눈을 힐끗 본 성윤이는 반박을 못하고 멀뚱멀뚱 눈만 깜빡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일을 바라는 게 정상이지 않아? 한 교실에서 친구끼리 서로 싸웠다고 영영 따로 지내? 통일은 하되 어떻게 통일하는 게 올바를까 이걸 고민해야지 무조건 통일 하면 안 된다는 건 올바르지 않아!”
아무 말 않고 설교를 듣던 성윤이는 다시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났을 무렵 그림을 내 놓았다.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궁금했다. 연두색으로 한반도 지도를 그려놓고 그 위에 남한 국기, 북한 국기를 아래위로 배치해놓았다. 그리고 허리에는 철조망과 그걸 자르는 가위를 그려 넣었다. 맨 위에는 그림에 걸맞은 문구를 검은 글씨로 이렇게 써 놓았다.
‘철조망, 이제 자릅시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통일을 반대해놓고 잠깐 설교에 내용이 180도로 바뀌어 버렸으니 말이다.
“성윤이 너 통일 반대한다며?”
성윤이는 대답 대신 특유의 피식 웃음으로 말을 대신했다. 아까 설교할 때 내 얼굴이 너무 험악했나?
어쨌거나 그림 속 한반도 모양은 엉성하게 보이는데 내용은 간단하고 명확하게 잘 나타냈다. 이게 성윤이의 본마음을 담은 그림이면 더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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