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6월 21일 - 수학경시대회

늙은어린왕자 2011. 6. 23. 01:37

6월 21일 화요일 구름 가득, 후텁지근한 공기

수학경시대회

 

  “선생님은 왜 수학경시대회 한다고 안 알려주셨어요?”

  “그러게요. 3반 친구한테 얘기 들었잖아요.”

  아침에 교실로 들어서는데 아이들이 다짜고짜 따졌다.

  “어제 알려줬으면 공부를 했겠니?

  “네!”

  “범위가 얼마나 넓은데 하루 만에 공부를 하니? 3학년 전 과정과 4학년 1학기가 모두 들어간단 말야. 그리고 기말고사 준비도 해야 하는데.”

  아이들한테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미안했다.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나도 수학경시대회가 있다는 걸 어제 오후 회의시간에 처음 들었다. 담당선생님 말로는 학교교육계획서에 날짜를 써놓았다는데 학기 초에 보고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일찍 말해드려야 했는데 늦었네요. 하지만 4학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예요. 아이들 실력테스트 한다고 생각하고 치르세요. 5, 6학년들은 학교 대표를 뽑아야 하니까 신경 써야 하구요.”

  시험지를 가지러 교무실에 갔더니 담당선생님이 이렇게 말하며 미안해했다.

  아이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주었더니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가장 싫어하는 수학 시험인데다 어려운 경시대회용 문제가 잔뜩 들어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왜 과학 경시대회는 없어요? 아, 과학경시대회 하고 싶다.”

  시현이는 수학을 잘 하면서도 한숨을 쉬었다.

  아이들이 시험 보는 동안 나도 문제를 풀어보았다. 더러 어려운 문제가 있어도 곰곰이 생각하면 모두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제한시간이었다. 생각해야 할 문제가 제법 있어서 40분 동안 20문제를 풀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았다.

  시험이 끝나고 시험지를 걷어보니 역시 예상대로였다. 문제를 모두 푼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시현이 만큼 수학을 잘 하는 성윤이는 안 그래도 시간이 모자라는 판에 똥 눈다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더니 결국 여섯 문제나 못 풀었다.

 

[덧붙임] 이번 수학경시대회에서는 70점 이상 받은 아이가 모두 여섯 명이었는데 점수에 따라 금상 한 명, 은상 두 명, 동상 세 명을 정했다. 금상은 85점을 받은 2반의 소정이가 차지했고, 우리 반은 금상은 놓쳤지만 79점을 받은 (김)현민이가 은상, 70점을 받은 (안)유진이와 현수가 동상을 받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