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목요일 하늘은 거의 맑고 무덥다
개학
설레는 마음으로 운동장에 들어서니 교실마다 아이들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여름 내내 굳게 닫혀 있던 우리 교실 창문은 활짝 열려 있고 오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엿보였다. 생동감이 느껴졌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은 여느 때처럼 오목을 두거나 만화책에 빠져있거나 할 일 없이 왔다 갔다 하며 새 학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안녕?”
교실에 들어서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아이들은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웬 낯선 아저씨가 뻣뻣하게 말을 건네느냐는 표정들이다. 40일 동안 헤어졌으니 그럴 만도 하리라.
어색한 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뒤에서 놀거나 일 없이 돌아다니던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금세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선생님, 방학 동안 많이 늙으셨네요.”
“어, 그렇나?”
지난주에 지리산 종주에다 벌초까지 다녀오면서 피부를 태웠으니 늙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개학을 대비해서 머리도 깎고 얼굴 흉터에 연고도 바르고 왔는데 아픈 곳을 찔리니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내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 몇몇 아이들이 재미있다며 키득거렸다.
“야, 임은준 바로앉아라.”
화살은 엉뚱한 데로 튀었다. 내 말에 은준이가 눈이 동그래져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너, 우리 반이었니?”
은준이 한테 미경이가 이렇게 묻자 아이들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것도 몰랐나?”
“아니, 너무 오래 안 봐서 다른 반인 줄 알았다.”
“우~”
아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미경이를 보았다. 미경이는 그러든 말든 상관없다는 얼굴로 아이들의 눈길을 물리쳤다.
(김)현민이가 눈병 때문에 집에 빨리 가야한다며 방학 때 했던 숙제를 내놓았다. 오른쪽 눈이 제법 빨개져 있었다. 이번 주는 학교 오기가 힘들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옮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집으로 보냈다.
교실을 둘러보니 의령으로 전학 간 동협이 자리가 비어있었다. 동협이 어머니 말로는 아빠 직장 때문에 8월에 이미 이사를 갔다고 한다. 재치 있는 말과 행동으로 아이들을 웃겨주던 동협이가 없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개학식이 끝나고 우리는 방학 때 있었던 경험을 나누었다. 각자 겪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질문을 받는 식으로 두 시간 동안 진행하였다. 나머지 한 시간은 일기나 독후감, 조사하거나 공부한 결과물을 내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2학기 첫 날 네 시간이 훌쩍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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