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7월 18일 - 22권의 비밀

늙은어린왕자 2011. 7. 19. 09:48

7월 18일 월요일 맑고 구름 조각 하나 둘
22권의 비밀

 

  읽기 7단원에 여행가 한비야가 쓴 ‘만 권의 책만큼 값진 것’이라는 기행문이 나온다. 이 글 끝부분에 여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의 속담을 인용해놓았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한다.’는 속담이 그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만 권의 책이 얼마 만큼인지 계산해보기로 했다.
  우선 사람의 일생 중에서 글을 잘 모르던 어릴 때와 눈이 안 좋아지는 늙을 때를 빼고 대략 50년 정도를 책 읽는 기간으로 정했다. 50년 동안 만 권의 책을 읽으려면 <1000권÷ 50년=200권>이므로 일 년에 200권정도 읽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칠판에 계산을 해보이자 아이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와! 엄청나네.”
  “200권을 일 년에?”
  나는 다시 칠판에서 <365일÷ 200권=1.8일>이라는 계산을 했다.
  “1년에 200권이면 대략 1.8일 만에 한 권을 읽어야 된다는 얘긴데 어린이책은 충분히 읽을 수 있겠고 두터운 어른 책은 좀 어렵기도 하겠네.”
  아이들은 서로 자기 기준으로 읽을 수 있다, 못 읽는다며 즉석 논쟁을 벌였다.
  “근데 속담이 있는 걸 보면 그 정도 읽은 사람이 있다는 얘기잖아? 사실 여러분들은 너무 생활이 바빠서 평소에는 1.8일 만에 한 권씩 읽는 게 불가능할 수도 있겠어. 근데 곧 방학이잖아. 방학 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 그러면 이번 여름방학 때는 몇 권정도 읽어야 할까?”
  아이들은 다시 칠판을 바라보았다. 이번 여름방학은 40일이고 1.8일 만에 한 권씩 읽는다고 보면 <40일÷ 1.8일=22.2권>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여름방학 때는 22권을 읽으면 만 권 읽은 사람과 보조가 맞는다는 얘기다.
  “에이, 그 정도는 충분히 읽을 수 있어요. 30권도 읽겠는데요.”
  책벌레 성윤이가 나서자 아이들이 또 나댄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평소처럼 공격은 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40일 동안 22권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숫자로 여겼던 것일까?
  며칠 전 학년 방학계획서를 짜다가 다른 학교에서 만든 걸 볼 기회가 있었다. 그 학교에서는 여름 방학 40일 동안 무려 30권의 권장도서를 읽도록 해놓았던데 가능한 숫자일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계산을 해보니 그리 어려운 숫자는 아닌 것 같았다.
  이제 금요일이면 1학기 종업식을 하고 긴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방학 동안 아이들이 여행과 책읽기를 많이 하면 좋겠는데 여행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면 책읽기라도 많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개학할 때까지 22권을 읽은 아이가 몇 명이 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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