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10월 24일 - 월요병

늙은어린왕자 2011. 11. 1. 10:00

10월 24일 월요일 가을비가 내림
월요병

 

 

  그제 내리던 비가 어제 잠시 쉬더니 오늘 다시 내렸다. 차가운 가을비에 운동장 남서쪽 귀퉁이에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는 성급히 물든 노란 잎들을 땅바닥에 한껏 쏟아놓았다. 은행나무 뒤편에 줄지어 서 있는 가로수들은 아직 푸름을 자랑하는데 듬성듬성 가지가 드러난 은행나무는 마치 가을병에 걸린 듯 어수선하다.
  쉴토와 휴일을 쉴 틈 없이 보내고 맞는 월요일은 언제나 힘겹다. 게다가 오늘은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서 머리와 어깨가 더욱 무겁다. 리듬이 깨진 몸과 마음이 어정쩡하게 잎을 떨어뜨리고 서 있는 은행나무와 꼭 닮았다. 직원들은 나를 보고 월요병에 걸렸다고 한다.
  첫째 시간에 아이들을 영어실로 보내고 교문을 나섰다. 머리도 식히고 아이들에게 줄 사탕도 살 겸 편의점이 있는 박물관역으로 올라갔다. 잠시 비가 멎은 걸 모르는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종종걸음으로 역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사탕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해반천에 새로 놓은 돌다리를 건넜다. 돌다리는 웬만큼 물이 내려와도 잠기지 않을 만큼 우뚝 솟아 있었다. 그 사이로 졸졸졸 흐르는 물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학교로 들어왔다. 
  쉬는 시간에 말없이 책상 앞에 앉아있으니 몇몇 아이들이 나와서 어깨를 주무르겠다, 등을 두드려주겠다며 서성거렸다. 잠시 봉사해준 대가로 사탕을 노리는 속셈이 훤히 보이지만 그래도 기특하다. 지난주에 외상(?)으로 봉사한 아이들은 빚 독촉을 하더니 기어코 사탕을 손에 쥐고 갔다. 언제 어디서나 힘이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가을병도 월요병도 먼 나라 이야기다. 사탕병이라면 몰라도.

 

[덧붙임]
  이런 글을 올려도 될 지 고민하다가 올립니다. <교실이야기>는 여러분들 이야기를 싣는 곳인데 너무 내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지요? 사실 오늘처럼 월요병에 걸린 날은 쓸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요. 정신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넋두리 같은 일기를 올립니다. 너그럽게 이해해주면 고맙겠네요.    이 글을 쓰고 나서 인터넷을 보니까 <월요병>이 실제로 있다고 합니다. 위키백과를 보니까 <월요병>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놓았더군요.

 

  월요병(月曜病)은 월요일 아침에 특히나 피곤한 상태를 말한다.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다시 출근을 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주말에 흐트러진 생체리듬 때문에 원래의 리듬으로 적응해 가는 데 나타나는 신체적인 현상과 주말 동안의 휴식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에 월요일은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해야 한다는 심리적 긴장감으로 스트레스성 두통이나 우울증이 올 수 있는데, 비단 월요일뿐만 아니라 긴 휴가 후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주말 동안 적당한 휴식을 취하고 평상시와 같은 수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충분한 비타민 섭취가 도움이 된다.

 

  월요병이 나만 생활을 잘못해서 생기는 것인 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이 겪고 있다고 하니까 새롭더군요. 의학계에서도 이런 증상을 관심 있게 보고 연구까지 한다고 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잘 생각해보면 이런 증상을 겪었을지 몰라요. 앞으로도 겪을 수 있겠지요? 예방 방법도 나와 있으니까 함께 노력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