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수요일 맑고 쌀쌀한 날
사회교과서 굴욕(1)
사회 시간에 도시가 발달하는 지형을 공부하려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 지형도를 살펴보는데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금강과 낙동강의 파란색 물줄기가 각각 5mm, 10mm 정도 인쇄되지 않아 토막 나있었다.
“선생님, 강이 잘렸어요.”
아이들도 이를 눈치 채고 나에게 알려왔다.
“교과서 이거 왜이래요? 인구도 맞지 않고.”
맞는 말이었다. 앞 쪽 지도에서 김해는 50만 이상 도시에, 통합창원시는 100만 명 넘는 도시로 분류해야 하는데 전혀 반영이 되어 있지 않았다. 김해는 2010년 10월 4일 50만 명을 넘어섰고, 통합창원시는 2010년 7월 1일에 출범했으니 올 해 교과서에는 반영이 됐어야 했다.
방금 전까지 이것을 두고 입방아를 찧었는데 지형도까지 문제를 일으키니 아이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전화하세요.”
“고발하세요.”
아이들은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도 4대강 공사 하는 거 아니에요?”
“맞다. 그러니까 잘렸지.”
“요즘 강에 철새도 안 온다는데.”
시사문제에 밝은 몇몇 아이들은 보고 들은 정보도 쏟아냈다.
오늘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평야와 강을 찾는 건데 강이 잘려 있는 건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도시별 인구수까지 잘못돼 있는 것으로 봐서는 사회 교과서 전체가 엉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회 교과서 만든 사람들 보시오. 이렇게 성의 없이 만들면 우리 반 아이들한테 씹힙니다. 신경 좀 쓰시오.”
<사진에서 붉은 색 선이 잘린 부분>
[덧붙임]
재미있는 얘기 하나. 오늘 사회시간에 평야와 강을 색칠하는 공부를 하는데 교과서 지도가 잘못되어 낙동강과 금강이 중간에 잘려있었다.
아이들 입에서 책에도 4대강 공사 한다는 둥, 4대강에 철새가 안 온다는 둥 이야기가 나오더니 '맹박' (나는 한 번도 입에 올린 적이 없는데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배웠는지 이렇게 부른다)까지 들먹였다.
우리 반에 열혈 '맹박'팬이 한 명 있는데 아이들이 그 아이한테 철새도 못 오게 하고 어떻게 할 거냐고 쏘아붙였다. '맹박'팬이 판세가 불리하다고 느꼈는지 "내는 맹박이 안 좋아했다."고 하자 "거짓말 하지 마라. 너 엄청 좋아했잖아" 며 밀어붙였다. 궁지에 몰린 맹박 팬은 결국 "이제 맹박이 안 좋아한다."고 커밍아웃을 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그 모습을 보고 엄청 웃었다.
'삶을가꾸는글쓰기 > 2011 교실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28일 - 용궁사와 기독교 (0) | 2011.11.01 |
---|---|
10월 27일 - 사회교과서 굴욕(2) (0) | 2011.11.01 |
10월 25일 - 현장학습 버스 자리 (0) | 2011.11.01 |
10월 24일 - 월요병 (0) | 2011.11.01 |
10월 21일 - 누굴까? (0) | 2011.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