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교실로 올라가니 아이들이 교탁 주위에 우르르 몰려있었다. 정글리안 햄스터가 새끼를 낳은 것이다. 새끼는 4마리였다. 발그스름한 빛깔에 엄지 손톱만한 것이 서로 엉켜 꼬물거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핏덩이 그 자체였다.
아이들은 새끼가 징그럽다면서도 둘러서서 구경하느라 야단법석이었다. 그런데 유아랑 광영이가 그 새끼들과 어미를 다른 통에 넣어 버린 탓인지 어미가 새끼를 밞고 다니면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아이들 말은 새끼를 낳은 통은 여태껏 톱밥을 잘 갈아주지 않아 더러워서 새 톱밥을 넣은 종이통에 넣었다는 것이다.
햄스터는 자기 새끼를 사람이 만지거나 옮기면 무작정 물어죽이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아마 아이들은 새끼가 깨끗한 환경에서 커야 하니까 새 통에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유아와 나는 다시 그 새끼와 어미를 내 방으로 가져와 원래의 통에 넣었다. 이리 저리 옮긴 탓인지 네 마리의 새끼 가운데 한 마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또 어미도 환경이 바뀐 것을 느끼고 여기 저기를 방황하며 다니고 있었다. 새끼들을 질근 질근 밟는 것은 여전했다.
유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기 햄스터가 새끼를 낳아 기뻤지만 어미가 새끼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내 말에 적잖이 걱정스런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미가 새끼를 잘 돌볼지도 모르니 일단 그냥 두어보자고 했다.
아이들이 모두 교실로 나간 뒤 먹이와 함께 화장지를 뜯어서 넣어주었더니 어미가 먹이를 먹다 말고 갑자기 화장지를 새끼가 있는 곳으로 물고 들어갔다. 먹이통과 새끼가 있는 통은 긴 대롱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대롱을 따라 들어가더니 새끼들을 덮어주는 것이었다. 신기해서 가만히 지켜보니 화장지를 수십차례 물고 들어가서 새끼가 있는 통 전체를 화장지로 감싸는 것이었다. 화장지를 더 넣어주자 넣어주는 것은 모두 물고 들어갔다. 어미가 새끼를 보호할 마음이 있구나 싶어서 참 반가웠다. 유아도 그 광경을 보더니 이내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날씨가 추워 수건 두장을 꺼내 새끼가 있는 통을 둘둘 말아주었다. 햄스터가 추위를 타는지 안타는지는 아직 못알아봤으나 핏덩이 새끼들은 추위를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물론 어미가 자신의 보드라운 털로 새끼들을 감싸 주겠지만 환경을 두 번이나 바꾸어서 미심쩍은 마음이 없지 않다.
부디 우리 교실에서 처음 태어난 새끼들이 어미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털이 보송보송한 귀여운 새끼들로 자라나기를....
(2001.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