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교육일기

늙은어린왕자 2014. 12. 24. 20:54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까. 아이들의 잘못을 보고 타이르는 일이 많아졌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무엇을 잘못했을 때 일으켜세워 손바닥 한 대씩 때려주어야 내 안의 화가 풀렸다. 또 그것이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이들이 일으킨 그 잘못 때문에 수업진행이 어렵거다거나 다른 선생님 앞에서 내 입장이 곤란해졌다는 핑계는 내게 좋은 위안거리가 되곤 했다.

 

하지만 올 해는 다르다. 조건은 지난해와 같은 학년이고 아이들 숫자도 단 두 명이 적을 뿐 비슷하다. 달라진 점은 교실에서 벌과 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니, 벌을 세우거나 매를 들 필요가 없었다고 해야겠다. 수업 시간에 앞 뒤 아이들과 심하게 떠드는 경우처럼 아이들이 잘못을 했을 때 자칫 흥분하면 매를 들거나 벌을 주거나 아이를 공격하는 말을 일삼게 된다. 그러나 그 뒤에 오는 아이들의 반감과 내 안에 이는 허무함이 싫었다. 그래서 분위기 잡고 내 생각을 전달하곤 한다.

 

"네가 말을 많이 하니까 수업 진행이 어려워."

"아까 말했는데 네가 또 그러니까 내 속이 너무 상한다."

 

상투적이라고도 할 만한 이런 말을 차분한 표정으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할 때 아이들이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의미를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바로 행동의 수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이 그 근거가 된다. 그러다보니 벌을 줄 상황도 별로 생기지 않았다. 기껏해야 많이 떠드는 아이들에게 책 들고 뒷편에 나가 서서 일정 시간 수업하게 하는 정도다.

 

아이들이 자신의 숨은 면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5월이 되어도 이렇게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이 제일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이고 또 교육적인 방법이라는 믿음은 버리고 싶지 않다. (20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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