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경기도 김포시에 있는 애기봉에서 바라본 강건너 북한땅 선전마을 모습이다. 그러나 전혀 선전마을 답지 않았다. 회색 콘크리트 다세대 주택 열 몇채가 썰렁하게 서 있었고, 주변의 산들에 자라는 나무는 거의 없었다.)
방학을 맞아 직원친목회에서 개성을 가기로 했는데 금강산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그 불똥이 튀었다. 몇몇 여선생들을 중심으로 불안심리가 퍼지다 보니 개성 관광 취소 이야기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가고 싶었던 교장, 교감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어쨋든 개성여행은 취소되고 대신 강화도-남이섬으로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개성 여행이 취소된다고 했을 때 학교에서 조금 실랑이가 있었다. 교장, 교감은 관리자들이어서 가고 싶은 마음을 밖으로 표시하지는 못했고, 내가 앞장서서 친목회장한테 개성에 가도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힘겨웠다. 그 와중에 박진환은 오랜만에 직원여행에 동참하려고 했으나 취소되는 바람에 "개성 아니면 다른 여행 못간다"고 못박아 버렸고, 나도 처음에는 화가 나서 개성 못가면 다른 여행 보이콧이라고 엄포를 놓기는 했다.
그러나... 사람 살아가는 일이 어디 내 맘대로 되는가. 더구나 업무부장을 맡고 있고, 교장과 교감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남자 세 명 가는데 나 까지 빠져버리면 두고두고 마음에 짐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가기 이틀 전날 아침에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정보부장이 사진 안 찍어주면 누가 찍어줄끼고. 니 안가면 나도 안갈란다." 이런 전갈이 왔다. 마음의 균형추를 가운데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적절한 명분이 되겠다 싶어서 출장 신청을 했다. 그래서 가게 되었다.
강화도는 초행길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다. 특히 김포 애기봉에서 강 너머로 바라본 북녘땅은 어찌나 가까운지, 쌍안경으로 지게에 풀을 지고 걸어가고 있는 북한 농부들을 바라보니 그저 놀랍기만 했다. 첩첩이 쌓인 산 뒤로 개성 송악산도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왔다. 거기서 개성 못간 한을 조금이나마 풀었다고 해야겠다.
갑자기 개성관광 취소를 하게 만든 사람들과 함께 여행하려니 찜찜한 뒷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강화도에서 점심으로 갯벌장어를 먹으면서 마신 복분자주에 적당히 취하니 그 곳이 개성인지 강화인지 구분도 없어졌다. 그래서 그들도 용서하고 나도 용서하며 이틀을 재미있게 보내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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