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7월 5일 - 에어컨 켜는 날

늙은어린왕자 2010. 7. 5. 18:43

7월 5일 월요일 구름 드리운 하늘

에어컨 켜는 날


  “와, 시원하다.”

  “여기가 천국이다!”

  음악실에 갔다가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이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이 없는 동안 에어컨을 켜 두었기 때문이다. 몇몇 아이들은 코에 땀을 송골송골 달고 왔다. 음악실은 에어컨이 고장난데다 학교에서 가장 덥다는 사 층에 있어서다. 그러니 교실이 얼마나 시원했을까.

  오늘부터 방학 때까지 에어컨을 켜기로 했다. 아침에 ‘오늘부터 에어컨 켭니다. 에어컨 작동시간은 오전 10시 -12시, 오후 1시 - 3시 입니다. 시원하게 공부하세요.’라는 팝업 연락이 왔을 때 사실 아이들 보다 내가 더 기뻤다. 나는 웬만한 추위에는 끄떡도 하지 않지만 더위에는 맥을 못 추기 때문이다.

  특히 습기에 약해서 요즘 같은 눅눅한 장마철에는 힘을 못 쓴다. 이런 날이 여러 날 이어지면 기운이 없어지고 밥맛도 떨어진다. 일년 가운데 아이들한테 가장 짜증을 많이 내는 시기도 바로 이 때다. 평소에도 좋은 선생은 못 되지만 장마철에는 나쁜 선생이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걸 알면 생활하는데 좋은 정보가 될 텐데 삼 학년이라 눈치가 있으려나 모르겠다.

  올 해도 지난 오월부터 일찌감치 개인 선풍기를 교실에 갖다 놓고 에어컨 켜는 날만 기다렸는데 드디어 그 날이 온 것이다. 시험 삼아 켜 보니 소음도 적고 바람도 시원하게 잘 나와서 아이들 말대로 천국에 온 듯하다. 이제 더위 핑계로 아이들한테 짜증내면 안 되겠다 싶다.

  오후에 아이들이 없을 때 일 보면서 에어컨을 켰다가 껐는데 문을 닫아놓았더니 찬 기운이 한 시간 넘게 남아있다. 조금 더워지려 할 때 선풍기를 켜 놓으니 마치 에어컨 켠 것처럼 시원하다. 오랜 만에 오후 시간도 시원하게 보냈다.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