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9일 금요일 구름 속에 엷은 햇빛이 비추다.
겪은 일 쓰기 공부(1)
쓰기 시간에 겪은 일 쓰기에 관해 공부했다. 그동안 겪은 일 쓰기 공부를 틈틈이 했는데도 아이들이 어려워해서 따로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먼저 겪은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일러주려고 ‘내 친구의 좋은 점 칭찬하기’라는 주제로 어제 쓴 글을 몇 편 읽었다.
양현수는 착합니다. 지난주 일요일에 나랑 같이 계곡에 갔는데 내가 미끄러져서 아파서 가고 있을 때 현수가 “량희야 괜찮아”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또 수영장에서 씻을 때 차가운 물이었는데 너무 차가워서 울고 싶었는데 현수가 “량희야 차가워? 조금만 참아. 나도 그 다음에 내 차례라서 나도 긴장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이 때 현수는 나한테 좋은 친구인걸 알았습니다. 현수는 4, 5, 6학년 때도 같은 반이 되어서 더 좋은 친구가 되겠습니다. (강량희)
손은서는 마음씨가 곱다. 저번에 태현이가 줄넘기로 내 머리를 쳤다. 그랬더니 은서가 “수인아, 괜찬아?”라고 말해주고 보건실에 데려다 주고 얼음을 머리에 갖다 주었다. 그때 은서가 말했다.
“태현이가 나를 때리지.”
그 때 나는 은서가 고마웠다.
“은서야 고마워” (정수인)
위 글에서 보듯 친구를 칭찬하는 글이라고 무조건 칭찬만 늘어놓기 보다는 겪었던 일을 사실대로 써놓으니 친구의 좋은 점이 또렷이 드러났다.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게 되었다. 만약 겪은 일을 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왔을지 모른다.
저는 민주를 칭찬합니다. 왜냐하면 민주는 친구들과 잘 어울려 싸우지도 않고 아이들에게 잘해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6학년이 되기 전엔 민주가 그렇게 착한 아이인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민주가 착한 아이라는 걸 알았으니 민주와 더욱 친하게 지내며 지혜에게 친구와 잘 어울리는 방법을 배울 것입니다. (경기도, 6학년)
이 글에는 ‘민주’에 대해 칭찬은 늘어놓았는데 도무지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민주’란 아이가 착하다고 했는데 그 모습이 어렴풋하게 느껴질 뿐이다. 까닭은 ‘민주’가 친구들과 잘 어울렸던 모습이나 어떤 일로 착한 일을 했는지 겪은 예를 들어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겪은 일을 쓰느냐 안 쓰냐에 따라 글은 이렇게 다르다.
어젯밤에 4학년인 큰 딸이 학교에서 친구의 날 기념 글짓기를 한다며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있었다. 도와준다고 해도 혼자서 알아본다고 인터넷을 뒤지더니 결국 나한테 손을 벌렸다. 내가 말했다.
“친구의 날 글이든 통일안보 글이든 네 경험이 가장 중요해. 니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 친구와 있었던 일을 생각해봐. 좋은 일도 있었고 나쁜 일도 있었겠지. 또 헤어질 뻔하다가도 이겨낸 일도 있겠지. 그런 걸 정리해서 쓰면 좋아. 억지로 지어내지 말고.”
이런저런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우리는 글 쓸 차례를 정리했다. 우선 글을 처음, 가운데, 끝으로 나누고 각각 쓸 내용을 정했다.
처음 : 친구 간단히 소개하기, 어떻게 만난 친구인지, 현재 친구와 얼마나 우정이 깊은 지 쓰기
가운데 : 친구와 있었던 좋은 경험, 헤어질 뻔했던 일과 그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쓰기
끝 : 우정을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친구와 사귀며 했던 생각쓰기
글을 어떻게 지어낼까 하고 혼자서 머리를 싸고 고민하던 딸아이가 이렇게 정리한 뒤 자신감이 생겼는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가 정리한 내용은 오로지 경험(겪은 일)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아이들이 쓰는 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자기가 겪었던 일을 잘 쓰는 것이다. 겪은 일은 모든 글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다. 이 재료를 놓치면 글쓰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아이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까닭도 이 좋은 재료를 놔두고 억지로 글을 지어내려 하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 이어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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