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토요일 맑음
현수야 괜찮아!
둘째 시간에 봉사위원 선거가 있었다. 다섯 명 뽑는데 후보가 열 명이나 나와서 열기가 뜨거웠다. 소견발표가 끝나고 투표를 해보니 수인이하고 은서가 공동 1위를 차지했고, 용은이가 그 뒤를 이었다.
이렇게 세 명은 뽑혔는데 나머지 두 명이 문제였다. 수민이, 예진이 그리고 현수가 모두 같은 표를 받아 이 가운데 한 명이 떨어져야 했다. 누가 떨어지더라도 충격이 클 것 같았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 2차 투표를 했더니 수민이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아 당선됐다. 그런데 예진이와 현수가 또 같은 표를 받았다. 외나무다리에서 누군가 한 명은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마지막에 떨어지면 더 슬퍼요. 1학기에 경험해봤잖아요.”
두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 은서가 경험담을 늘어놓았다. 은서는 1학기 봉사위원 선거 때 2차 투표에서 량희에게 지는 바람에 떨어졌다. 예진이와 현수를 바라보니 긴장한 듯 말없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먼저 현수를 불렀다.
“지금 심정이 어때?”
“뽑힐까 아닐까 걱정되고요. 되면 엄마가 좋아하실 거 같은데 안 되면 아쉬워하실 거 같아요. 되면 잘 할 수 있는데…….”
현수 목소리가 떨렸다. 마음이 조마조마한 게 겉으로도 느껴졌다.
“되면 무척 다행이지만 안 되더라도 절대 슬퍼하면 안 된다. 여기까지 온 것도 얼마나 잘한 일이니. 깨끗이 잊는 거야.”
현수가 알겠다고 말하고 들어간 뒤 예진이도 불렀다.
“어떤 생각이 들어?”
“봉사위원이 되고 싶어요.”
예진이는 작은 목소리로 짧게 답했다.
“되면 좋은데 만약 안 되면 어떻게 하지?”
“할 수 없죠. 뭐.”
“안 되더라도 절대 슬퍼하면 안 된다. 내년에 또 하는 거야.”
예진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들어갔다.
만약 떨어진다면 누가 더 슬퍼할까. 이런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현수는 겉으로는 밝고 목소리도 큰 편이지만 마음이 여리다. 반면에 예진이는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지만 이 정도 충격에 눈물을 보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람 마음은 알 수 없으니 두고 볼 일이었다.
아이들 모두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3차 투표를 했다. 개표가 시작되자 교실에 긴장이 감돌았다. 현수와 예진이 이름이 한 번씩 번갈아 나오기도 하고 한꺼번에 서너 번씩 이어서 나오기도 했다. 표차가 벌어지면 쫓아가고 역전되면 다시 뒤집어졌다.
“저러다 또 재투표 하는 거 아니에요?”
아이들도 마음을 졸였다.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스물여섯 명이 투표했으니 열세 표씩 받으면 또 투표를 해야 했다.
개표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두 사람이 받은 표가 열두 표로 같았다. 이제 남은 표는 단 두 장이었다. 한 장씩 가져가면 다시 투표를 해야 하고 누군가 두 장 모두 가져가면 선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개표도우미 미경이가 입을 열었다.
“문예진”
“문예진”
두 표 모두 예진이 한테로 갔다. 예진이가 정말 어렵게 봉사위원에 당선되고 선거가 끝났다. 예진이가 이제야 마음을 놓겠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현수는 책상 위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슬퍼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그건 약속일뿐이었다. 3차 투표까지 와서 아깝게 떨어졌으니 그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
예진이를 축하하던 아이들이 현수에게 몰렸다. 모두들 괞찮다고 위로도 해주고 등도 두드려주었다. 현수는 슬픔이 얼마나 컸던지 이어서 했던 놀이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현수야 괜찮아. 4학년 때는 꼭 봉사위원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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