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월요일 비가 오락가락
발표 끝!
읽기 시간에 시를 한 편 읽고 시에 담긴 마음을 상상하는 공부를 했다. 시는 임길택 선생님이 쓴 <흔들리는 마음>이다.
시 내용을 알아보고 오늘 공부 주제로 들어가서 아버지께서 눈물을 닦아 주신 까닭을 알아보았다. 아이들이 잇달아 발표했다.
“미안한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랬을 것 같습니다.”
발표내용을 칠판에 큼직하게 적었다.
‘미안한 마음이어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잠깐 기다렸는데 발표가 없어서 지도서에 있는 내용을 하나 더 써주었다.
‘마음이 아프셨기 때문에’
아버지 마음이 왜 아팠을지 이야기 나누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는데 규리가 한 가지를 덧붙였다.
“아버지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혼내서 후회스런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좋은 의견이라고 칭찬하고 이것도 칠판에 썼다.
‘후회스런 마음이 들어서’
여기까지 물 흐르듯 수업이 술술 잘 됐다. 이 정도로 발표를 마무리 지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세 명이 더 말하려고 하자 반발이 나왔다.
“그만! 이제 발표 끝!”
칠판에 정리해 놓은 내용을 열심히 책에 옮겨 적던 수민이가 소리쳤다. 네 가지만 정리해도 많은데 더 발표하면 어떻게 다 쓰느냐는 항의였다. 그 바람에 발표하려던 손이 올라오다가 쏙 내려갔다.
“또 있나요?”
내가 다시 묻자 손대신 아주 굵고 큰 목소리가 불쑥 올라왔다.
“아~뇨!”
동협이가 마치 아이들을 대변하듯 말하며 발표를 막았다. 아이들이 웃었다.
“계속 발표시키세요. 전 이거 적어야 하거든요.”
“장난하나! 그걸 왜 수업 시간에 적는데?”
은서가 학습일기장을 들어보이자 동협이가 씩씩거렸다. 은서는 요즘 학습일기장 쓰는 재미에 푹 빠져서 많이 쓰는 걸 좋아한다. 더 발표하느냐 마느냐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다음 공부로 넘어갔다.
사실 이런 공부는 상상하고 의견만 나누어도 충분하다. 아이들 의견을 칠판에 정리한 건 발표내용을 눈으로도 보도록 하려는 뜻이다. 또 은서처럼 학습일기를 열심히 쓰는 아이들에게 이런 내용이 도움 된다.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은 칠판에 정리한 내용을 습관처럼 쓴다. 오늘은 그 양이 많아져서 문제가 됐다. 필기해야 하는지 안 해도 되는지 처음에 일러주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 잘못으로 혼란이 생겼다.
◇ 함께 읽은 시
흔들리는 마음
임길택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워서
말도 안 하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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