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목요일 아침에 비 낮에는 구름
아이고 냄새야!
“선생님 큰일 났어요. 재활용 상자가 넘어져서 아이스크림 썩은 물이 쏟아졌어요. 냄새 엄청 나요!”
미술 시간을 앞두고 참고작품을 훑어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소리쳤다. 고개를 들어보니 아이들이 코를 막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리였다. 뒷문 근처에 있는 아이들은 자리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뭐가 어째 됐다고? 근데 이게 무슨 냄새고?”
쿰쿰한 냄새를 느끼며 뒷문으로 가봤더니 재활용 상자가 넘어져 있고 주위로 비닐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바닥에는 물에 푼 순두부 같은 허연 물이 엎질러져 있었다. 그 물에서 나오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와 이리 됐노?”
“남학생들이 장난치다가 넘어뜨렸어요.”
근처에 있던 아이들이 코맹맹이 소리로 대답했다. 쌍코피를 막는 듯 저마다 화장지를 뜯어 코를 막고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도 냄새가 정말 지독했다.
“선생님 손 좀 씻고 올게요. 냄새가 손에서도 나요.”
처음에 몇몇 아이들이 치우다가 썩은 물이 손에 묻었던 모양이었다. 냄새 나는 걸 치우려고 했던 마음이 고마웠다. 갔다 오라고 했다.
“이기 무슨 냄새고? 아, 여기서 나는 냄새네. 온 데 냄새가 진동한다.”
옆 반 선생님이 냄새를 맡고 오셨다.
“아이스크림 먹었던 봉지에서 나온 것 같네예. 냄새 정말 지독합니다.”
“그게 왜 아직 남아 있노?”
“그러게 말입니다.”
방학 전에 한 어머니가 보내준 아이스크림을 먹고 빈 봉지를 모두 비닐 재활용 상자에 담아두었다. 상자가 가득 차면 버리려고 여태 놔두었는데 다 먹지 않고 버린 게 있었던 것 모양이었다. 뚜껑을 헐겁게 잠가서 버린 게 상자가 넘어지며 풀리는 바람에 썩은 물이 쏟아져 나온 것 같았다. 더운 여름 방학 동안 제대로 썩었다 싶었다.
우선 정리하는 게 급했다. 화장지를 뜯어서 냄새나는 물부터 닦았다. 그런 다음 재활용 상자에 있는 비닐을 모두 쓰레기 봉지에 담고 주변을 쓸었다. 재활용 상자 안에 썩은 물이 많이 묻어있어서 화장실에서 깨끗이 씻었더니 그런대로 깔끔해졌다.
바닥은 따로 기름걸레로도 닦고 세정제를 뿌려서 닦았지만 냄새는 여전했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20분이 훌쩍 가버렸다.
“이봐라. 아이스크림을 다 먹지도 않고 버린 한두 사람 때문에 여러 명이 고생한다 아이가.”
아이들은 내 잔소리를 듣는지 마는지 아직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이고 냄새야. 여기 우유 썩은 냄새난다.”
골마루를 지나가는 다른 반 아이들이 한 마디씩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재활용 하지 말고 그냥 버리는 건데 후회가 됐다.
“이 반에 이상한 냄새가 난다. 구린내 비슷하기도 하고.”
냄새가 얼마나 독했던지 오후에 우리 반에 들른 선생님들도 모두 한 마디씩 했다. 그 때마다 까닭을 설명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야 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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