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0 교실일기

9월 29일 - 물 아끼는 방법

늙은어린왕자 2010. 9. 29. 23:50

9월 29일 수요일 하루 종일 구름

물 아끼는 방법


  쓰기 시간에 중심 문장에 어울리는 뒷받침 문장을 알아보았다.

  ‘물을 아껴 쓰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심문장을 뒷받침하는 문장을 찾아야 하는데 예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해 놓았다.

  ‘이를 닦을 때에는 물을 컵에 받아서 사용합니다.’

  ‘변기 물통에 벽돌을 넣어 사용하면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뒷받침 문장이 너무 적으면 글쓴이의 생각을 충분히 알 수 없으므로 몇 개 더 보충해보자고 했다.

  “손 씻을 때 물을 받아씁니다.”

  “세수할 때도 물을 받아씁니다.”

  첫 번째 예와 비슷한 의견이 두 가지 나왔다. 잠시 발표가 뜸해서 집에서 본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보라고 했더니 태현이가 손을 들었다.

  “쌀뜨물로 설거지를 하면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었다.

  “그렇지요. 버리는 쌀뜨물로 설거지 하면 물도 절약되고 세제도 아낄 수 있겠지요.”

  이번에는 윤재가 말했다.

  “쌀뜨물로 세수를 하면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태현이 의견을 듣고 떠올린 생각인 것 같았다.

  “쌀뜨물로 세수하면 물도 아끼고 미용에도 좋겠네요.”

  또 다른 의견을 받아보기로 했다. 찬기가 말했다.

  “쌀뜨물로 국을 끓여먹으면 물을 아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 생각이 계속 쌀뜨물에 머물러 있었다. 자꾸 같은 이야기만 나오니 식상한 느낌이 들었다.

  은서가 다른 내용을 발표하겠다고 해서 들어보았다.

  “물 받아서 손 씻고 세수하고 발 씻으면 아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웃었다. 손 씻고 세수한 물에 발 까지 씻는다니까 우스웠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 역시 처음에 나왔던 것과 같은 의견이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그럼 발까지 씻은 그 물을 화분에다 주면 어떨까? 식물은 구정물도 좋아하니까.”

  “아, 그렇네요.”

  몇몇 아이들이 내 의견에 공감을 표시해주었다. 지금까지 발표내용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 두 가지를 골라 책에 쓰라고 하고 수업을 정리했다.

  쉬울 것 같은 수업이었는데 어려운 수업이 되었다. ‘물을 아끼는 방법’이 3학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주제였던 모양이다.


[덧붙임] 수업이 끝날 즈음 수민이가 의견이 있다고 했다.

  “은서 의견을 거꾸로 하면 물을 받아서 발 씻고 세수하고 손 씻는 게 되네요. 히히”

  이러며 옆에 있던 동협이와 키득거렸다. 녀석들 장난 끼는 알아줘야 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