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월요일 하루 내내 구름이 가득하다.
성격 바뀐 바위나리와 아기별
8일이라는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학교에 오니 마치 방학을 보내고 온 듯 했다. 학교와 아이들이 낯설고 수업도 흐름이 끊겼다.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는 무거운 월요일 아침.
첫째시간은 <읽기>였다. 지난 시간에 이어 <바위나리와 아기별>이라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등장인물의 성격은 모두 알아보았고 오늘은 인물의 성격을 바꾸어 새로운 이야기를 꾸미는 시간이다. 바위나리, 아기별 그리고 임금님의 성격을 바꾸어 이야기를 꾸며 쓰고 함께 나누는 수업이다.
계획은 평범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쓰는 걸 싫어했다.
“또 써야 돼요?”
“안 쓰면 안 돼요?”
아이들도 긴 연휴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즉석에서 수업 계획을 고쳐 즉흥극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연극을 좋아하기 때문에 손쉽게 결정했다.
장면을 몇 군데 둘러보다가 밤새 바위나리와 놀던 아기별이 새벽이 되어 하늘로 돌아가려는 부분으로 정했다. 교과서는 이렇게 되어 있다.
어느 새 새벽이 되었습니다. 그제야 아기별은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큰일 났다. 바위나리야, 나는 얼른 가야 돼. 오늘 밤에 또 올게. 울지 말고 기다려, 응?”
아기별이 돌아가려고 하니까 바위나리가 아기별의 옷깃을 꼭 붙들고 울면서 놓지 않았습니다.
“나는 얼른 가야만 돼! 더 늦으면 하늘 문이 닫혀서 들어갈 수가 없어. 오늘 밤에 꼭 다시 내려올게.”
아기별은 이렇게 말하고 스르르 하늘 위로 올라갔습니다.
겁 많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바위나리와 인정 많고 이해심 많은 아기별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먼저 아기별의 성격을 인정 없고 거친 성격으로 바꾸기로 했다. 규리를 바위나리로 하고 아기별은 여러 아이들이 돌아가며 하게 했다.
대본 없이 즉석에서 바뀐 성격에 맞게 대사를 지어내게 했는데 모두 재미있게 잘 했다. 특히 수인이가 가장 큰 웃음을 불러냈다. 그 장면을 글로 옮겨보았다.
역할 : 아기별(수인), 바위나리(규리), 해설(교사)
해 설 : 어느새 새벽이 되었습니다. 그제야 아기별은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 기 별 : (화를 버럭 내며) 야, 니 때문에 늦었잖아. 하늘 문이 닫히면 임금님께 엉덩이 두드려 맞는데이.
바위나리 : (옷소매를 잡으며) 엉엉. 아기별아 제발 가지 마.
아 기 별 : 니 진짜 와이라노? 나 빨리 가야 된다니까. 이럴 거면 니도 같이 갈래?
바위나리 : 난 안돼. 제발 가면 안돼. 나 외롭단 말야.
아 기 별 : 너 정말 답답하다. (팔을 뿌리치며) 나 그만 간다. 외로워도 참아. 내 영영 못 돌아올 수도 있다.
해 설 : 아기별은 이렇게 말하고 하늘 위로 올라갔습니다.
수인이는 표정이 실감나고 말투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경상도 말 그대로 해서 더 재미있었다. 규리도 바위나리의 성격에 맞게 대사를 잘 쳤다. 아이들이 큰 박수를 보내주었다.
이 장면이 씨앗이 되어서 바위나리 성격 바꾸기와 둘의 성격 모두 바꾸기도 재미있게 했다. 바위나리와 아기별의 성격을 모두 바꾼 장면에서는 수민이와 동협이가 서로 실랑이를 벌이다 바닥에 드러누워서까지 싸우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지루하고 무거울 듯 했던 한 시간 수업이 훌쩍 가버렸다.
이 수업을 해보고 괴로움을 참아가며 책에 정리하는 것보다 온 몸으로 부대끼며 하는 수업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그리고 예상대로 우리 반 아이들은 연극에 강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아이들이 월요병, 연휴병을 온 몸으로 날려버렸다.
[덧붙임] 오후에 이 글을 쓰려고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니 아이들의 대사가 확실히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수첩에 메모했다가 그걸 보며 글을 쓰는데 오늘은 진행하느라 그러지 못했다. 이럴 땐 캠코더로 녹화해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마침 수인이와 규리가 방과후 수업을 기다린다고 옆에 있어서 빠짐없이 듣고 정리할 수 있었다.
수인이와 규리가 바위나리의 성격을 바꾼 장면도 보여주었는데 재미있어서 덧붙인다. 겁 많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바위나리가 거칠고 뻔뻔하게 변한 모습이다.
역 할 : 아기별(규리), 바위나리(수인), 해설(교사)
해 설 : 어느새 새벽이 되었습니다. 그제야 아기별은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기별 : 큰일 났다. 바위나리야. 나 이제 하늘나라로 가야 돼.
바위나리 : (아기별 옷소매를 잡으며) 안 돼. 여기까지 와놓고 어딜 가? 가면 안 된다니까. 니가 갈 거면 나도 갈래.
아기별 : 안 돼. 넌 별이 아니잖아. 나 빨리 갈게. 하늘 문이 닫힐 거란 말야. 늦으면 임금님한테 혼 나. 나중에 또 올게.
바위나리 : 아, 진짜. 나하고 같이 살자. 어차피 문이 닫힐 건데 뭐.
아기별 : 나 가야 돼. 나중에 또 보자.
바위나리 : (손목을 끌며) 안 돼. 어차피 늦었어. 그냥 여기서 살아.
해 설 : 아기별은 할 수 없이 바위나리 옆에 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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