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토요일 흐렸으나 구름이 두텁지 않은 듯
딩동댕동댕 실로폰
어제 아주 작은 실로폰을 하나 만들었다. ‘딩동댕동댕 실로폰’이라고도 하고 ‘전국노래자랑 실로폰’이라고도 한다. 모두 내가 지은 이름이다. (사진) 음악연주용은 아니고 교실에서 게임이나 문제풀이 할 때 쓰려고 만든 것이다.
만든 방법은 간단하다. 부서진 실로폰에서 ‘솔’, ‘도’, ‘미’, ‘도’, ‘미’ 이렇게 1도 화음 다섯 건반을 떼어서 나무토막에 차례대로 붙였다. 나무는 학교 창고에서 주워 사포로 표면을 깨끗하게 밀었다.
아침에 민서 어머니가 가져오신 실로폰 채로 쳐 보니 다행히 소리가 잘 났다. 건반 아래에 소리통이 없어서 소리가 크게 울리지 않는 게 단점이지만 교실에서 쓰기에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
아이들도 재미있다는 듯 몰려와서 너도나도 한 번씩 쳐보곤 했다. 장난삼아 ‘딩동댕동댕’ 울린 뒤
“전국!”
하니까 아이들 입에서 자동으로
“노래자랑!”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정도면 대성공이었다.
어떻게든 오늘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미처 준비한 게임이 없었다. 그래서 수학익힘책 풀이를 하며 아이들이 정답을 맞히면 ‘딩동댕동댕’을 울려주었더니 아주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이런 실로폰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바쁘게 지내다 보니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 드디어 소원을 이룬 셈이다. 가볍고 작아서 언제든지 주머니에서 사탕 꺼내먹듯 쓸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직접 만든 거라서 더욱 정이 간다.
앞으로 이 실로폰의 활약이 기대된다. ‘땡’ 보다는 ‘딩동댕동댕’ 소리를 많이 울려서 아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는 실로폰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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