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7일 화요일 구름 많음
교실은 눈물바다
-영화 <오세암>을 보고-
듣기말하기 7단원에 ‘만화 영화를 보며 등장인물의 특성에 대하여 알아봅시다.’는 공부가 나온다. 오늘 볼 만화는 <오세암>이다. <오세암>은 산골 암자에서 스님을 기다리다가 죽은 다섯 살짜리 아이 이야기다.
교과서에는 이 영화의 일부분을 보고 등장인물의 말과 말투, 표정, 몸짓을 살펴보며 등장인물의 특성을 알아보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먼저 영화 전체를 보기로 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렇게 하는 게 인물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더 낫지 않을까 싶어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단 한 명도 이 영화를 본 아이가 없었다. 비록 영화가 나온 지 몇 년이 되기는 했어도 유명한 <오세암>을 단 한 명도 본 아이가 없다는 게 의외였다.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영화든 공부든 선행학습(?)이 된 아이가 있으면 줄거리가 줄줄 새어나가 일찌감치 김이 빠지기 때문이다.
<오세암>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 한 뒤 영화를 시작했다. 슬픈 이야기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고개를 젓던 남학생들도 이내 영화 속으로 쏙 빠져들었다.
사실 어제 아내 학교에서는 3학년 전체가 이 영화를 보았다고 한다. 영화가 끝날 때 슬픔에 겨워 흐느낀 아이가 반에 서너 명 있었다고 해서 오늘 우리 반 아이들은 어떨까 궁금했다.
영화가 중간 쯤 지날 때까지는 재미있는 장면이 많아서인지 웃음소리가 많이 났다. 특히 절에 온 아이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주인공 길손이가 못된 형의 얼굴을 들이받아 쌍코피를 낼 때 “잘 한다!”고 소리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으로 가며 슬프고 안타까운 장면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표정도 따라 슬퍼졌다. 결국 절에 혼자 남아 스님을 기다리던 길손이가 마음 속 엄마인 관음보살 앞에서 하늘나라로 떠나자 아이들의 눈물샘이 넘쳐버렸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여학생들은 윗도리를 뒤집어쓰고 책상에 엎드려 엉엉 울기 시작했다. 눈물이 나지 않는 아이들도 한 동안 멍 하니 앉아 자막이 올라가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불쌍하게 자라던 길손이의 죽음이 우리 반을 눈물로 뒤덮은 느낌이었다.
정훈이는 가장 슬프고 처절하게 울고 있었다. 마치 울지 않는 다른 아이들의 눈물을 다 모은 듯 하염없이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훈아, 왜 이리 우노. 왜 울어?”
“…….”
“길손이가 죽어서 그렇지? 길손이가 안 죽었으면 좋겠지?”
“…….”
옆에서 불러도 달래도 소용없었다. 엄마 없이 자라던 길손이의 마음을 누구보다 가까이 느낀 탓일까?
선생님이 1교시 말듣 시간에 오세암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길손이가 스님을 기다리다가 엄마를 찾으며 죽는 장면에서 정훈이가 울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 둘 울기에 나도 슬퍼졌다. 웃으면서 안 우는 척 하려 했는데 울어버렸다.
그래도 나는 엄마가 있어서 좋다. 이제부터 엄마를 많이 사랑해야겠다. (이용은)
듣말 시간이었는데 선생님이 오세암을 보여주셨다. 처음에는 아무 느낌이 안 들었다. 영화를 계속 보니 길손이가 “자꾸 불러도 엄마가 안 와요.”라고 했을 때 코가 찡했다. 나는 그 때 너무 슬퍼서 영화를 안 보려고 했는데 영화에 빠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보니까 벌써 끝이었다.
길손이 누나가 스님 등에 업혀서 암자에 가니 길손이 몸 주변에 하얀 빛이 나고 있었다. 길손이가 하늘나라로 갔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길손이도 이제 엄마를 만났을까? 그리고 영화가 끝났다. 은서, 윤재, 정훈, 규리, 용은, 가연, 수인, 미경이가 울었다. 나는 울 뻔 했지만 안 울었다. (이혜민)
듣말 시간에 선생님이 오세암이라는 영화를 보여주셨다. 처음에는 길손이와 길손이 누나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시냇물에서 뚱뚱한 스님이 씻고 있을 때 길손이가 스님 옷을 사슴한테 입힐 때가 제일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부분은 좋았지만 슬픈 장면도 많았다. 그 때부터 나는 눈물이 나왔다. 맨 마지막 장면 때 울었지만 눈물을 닦았다. 길손이가 죽으니까 너무 슬펐다. 오세암은 재미있는 이야기인 줄 생각했는데 슬픈 이야기였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쉬는 시간 때 애들이 많이 울었다. 그렇게 울면 나도 슬퍼지려 하는데 나는 오세암 영화가 좋아지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슬픈 이야기랑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문예진)
모험이나 전쟁이야기를 좋아하고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일부러 웃는 개구쟁이 남학생들에게도 <오세암>이 감동으로 다가갔던 모양이다. 지루했다거나 재미없었다는 느낌 보다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길손이가 자기 누나가 당하고 있을 때 어떤 남자 아이를 때리고 머리로 코를 박은 게 좀 재미있었다. 보면서 나는 저 남자애를 혼내야 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아무 죄도 없는데 때려서이다. 나는 당하지 않고 그냥 때려버렸을텐데. 그리도 버릇없는 남자애를 길손이가 혼내준 건 잘한 것 같다. 그리고 그럭저럭 재미있었다. (이수민)
말듣 시간에 오세암을 배웠다.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스님이 눈길을 파헤치며 가다가 떨어지는 장면이다. 그리고 길손이가 죽는 장면이다. 아무 이유 없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은 재미있다가 후반쯤에 좀 슬퍼졌다. 중간 쯤에는 너무 길어서 지루하고 심심했다. 재미있던 장면은 길손이가 어떤 남자아이에게 박치기를 해서 그 남자 아이가 쌍코피가 났을 때다.
오늘 배운 것 중에 이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6교시 특활 시간에 또 보고 싶다. 안 그러면 집에서 또 보고 싶다. (김태현)
선생님이 듣말 시간에 오세암이란 영화를 보여주셨다. 작은 암자에서 5살 짜리 남자애가 죽어서 슬픈 이야기였다.
영화에서 제일 슬펐던 것은 길손이가 스님을 기다리다가 얼어죽는 게 제일 슬펐다. 애들이 엄마가 없는 것도 슬픈데 길손이가 그렇게 돼서 슬프다.
인상적인 장면은 스님이 산을 오르면서 길손이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린 것이다. 길손이가 있었던 곳에 내가 있었으면 하루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강정훈)
아이들 반응을 보며 영화 전체를 보고 느낌 나누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교과서에 나온 것처럼 만화의 일부분만 보고 길손이와 종철이 형제의 말투나 몸짓, 표정을 따지는 공부를 했으면 이런 느낌과 감동이 있었을까. 때로는 교과서를 무시하는 쪽이 아이들한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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