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8일 수요일 구름
다시 <오세암>
아침부터 어제 본 <오세암>을 다시 보여 달라고 하던 아이들이 3-4교시 국어 시간이 되자 떼로 졸라댔다.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던 것일까? 마음은 이해하겠는데 시간이 부담스러웠다.
“어제 봤는데 또 어떻게 봐. 상영 시간이 너무 길어. 두 시간이나 걸린단 말야. 진도도 남아 있는데”
“안 돼요. 꼭 봐야 돼요.”
“또 울고 싶어요.”
“길손이가 보고 싶어요.”
표정을 살펴보니 시간 때우기용으로 주장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면 뒷이야기만 조금 볼까?”
“처음부터 봐야 돼요. 뒤에만 보면 길손이가 불쌍하단 말이에요.”
아무래도 타협은 어려워보였다.
“그래? 그러면 지금 다시 보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팔을 위로 쭉쭉 뻗었다. 남학생 두세 명 빼고는 모두 손을 들었다. 다시 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TV 리모컨을 잡았더니 아이들이 소리쳤다.
“선생님 최고다.”
“우윳빛깔 이정호! 우윳빛깔 이정호!”
결국 우리는 두 시간 동안 다시 감동의 바다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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