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 목요일 하늘은 맑고 공기는 차다.
생일 사진 찍기
시간표에는 첫 시간에 체육이 들었는데 4교시로 미뤘다가 그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갔다. 달 별 생일사진을 찍으려고 김해건설고등학교로 가기 위해서다. 영하의 날씨에 아침 내내 매섭게 불어 닥치던 바람이 많이 수그러져 있었다.
세 시간 내내 왜 체육을 안 하냐고 따지던 아이들은 밖으로 나가자마자 체육은 까맣게 잊어버린 듯 물 만난 고기마냥 폴짝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 모습을 보며 아이들에게는 학교에 오면 교실을 벗어나는 게 최대 목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건설고등학교 교정에는 이제 매화가 한창이었다. 오른쪽에 많은 붉은 매화는 아직 꽃망울을 터트리지 않았지만 운동장 쪽 흰 매화는 대부분 활짝 피어있었다. 매화축제가 열리는 학교답게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든 중년신사들이 부지런히 꽃을 담고 있었다.
“선생님, 여기 벚꽃 축제해요?”
“아니, 아직 벚꽃은 필 때가 멀었고 여긴 전부 매화야.”
“매화가 뭐지?”
“매실나무에 피는 꽃이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게 난 매화거리를 걸어가는데 향긋한 매화 향기가 온 몸으로 전해졌다.
“얘들아, 매화 향기 좋지 않니?”
“냄새 안 나는데요?”
“어떤 냄새에요?”
아이들은 꽃과 향기에 아랑곳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교실을 벗어난 아이들에게 묻지 않아야 할 것을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찍을 장소는 연못가가 좋을 것 같았다. 이곳은 지난해에도 아이들과 생일 사진을 찍은 곳이다. 거기서 생일 달 별로 아이들을 불러내어 사진을 찍었다. 자기 차례가 아닌 아이들이 풀밭에 풀어둔 송아지처럼 어찌나 뛰어다니던지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삶을가꾸는글쓰기 > 2011 교실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19일 - 교육과정설명회 (0) | 2011.03.20 |
---|---|
3월 18일 - 우는 즐거움 (0) | 2011.03.20 |
3월 16일 - 불만체육 이튿날 (0) | 2011.03.18 |
3월 15일 - 불만 체육 (0) | 2011.03.15 |
3월 11일 - 숫자 속에 숨은 비밀 (0) | 2011.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