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수요일 맑은 하늘, 차가운 바람
불만체육 이튿날
“선생님 때문에 팔 아프잖아요!”
“팔 아파 죽겠어요.”
아침에 교실로 들어서는데 날선 인사말이 먼저 귀에 들어왔다. 어제 체육 시간에 팔 굽혀 펴기 할 때 쌓인 불만이 아직 남은 모양이었다.
“팔 굽혀펴기 하고 나서 제 팔에 힘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이제부터 팔 운동 열심히 해야겠어요.”
이렇게 배우는 자세로 말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아직 어린 4학년한테 이런 수준을 기대하기는 무리겠지.
“어제 체육은 힘이 많이 들었어요.”
최소한 솔직한 마음을 이 정도로 표현해주었다면 훨씬 어린이다웠을 텐데 ‘선생님 때문’이라니. 벌로 한 것도 아니고 체력을 키우려고 한 공부인데 말이다.
"팔이 아팠다구! 음, 그럼 팔 힘이 없는 거네. 두 시간 정도 더 하면 팔 힘이 올라오겠다."
은근히 약이 올라서 이렇게 말했더니 그제야 불만이 쏙 들어갔다. 눈치 빠른 아이들은
“저는 팔 아프다고 안 그랬어요.”
하며 꽁무니를 빼기도 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체육이 들어서 운동장에 나갔다. 오늘은 4학년 전체가 함께 하는 합동체육이다. 운동장에는 꽃샘추위로 매서운 모래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솔직히 이런 날에는 운동장에 나가기 싫지만 밖으로 나가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한다.
준비운동을 마치고 미리 알려준 대로 이어달리기를 하려는데 아이들의 눈빛이 간절했다. 남학생들은 축구를, 여학생들은 피구나 다른 놀이를 원하는 눈빛이었다. 특히 우리 반 아이들은 팔 굽혀펴기 때문에 나온 입이 아직 다 들어가지 않은 듯 했다.
“오늘은 이어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바람이 불고 추워서 공놀이를 하겠습니다. 남학생은 축구, 여학생은 피구 경기를 하겠습니다.”
이러면서 창고에서 꺼내온 공을 던져주니 아이들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아침 내내 원망만 하던 아이들 입에서 칭찬이 쏟아졌다.
“선생님 짱!”
“선생님 최고다.”
병 주고 약 준다더니 어제와 오늘, 나와 아이들은 서로 병 주고 약 주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나저나 학기 초부터 이렇게 풀어주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좋긴 하다만. 어쨌든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말처럼 공을 던지고 피하고 또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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