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3월 23일 - '실력 쑥쑥' 수학 오답 공책

늙은어린왕자 2011. 3. 24. 19:22

3월 23일 수요일 맑음

‘실력 쑥쑥’ 수학 오답 공책

 

  어제 저녁에 이틀 전에 치렀던 수학 1단원 평가문제지를 채점해보았더니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90점 이상 되는 아이 한 명을 포함해서 80점 이상 받은 아이가 세 명에 그쳤다. 절반 가까이가 60점 근처에 머물렀고 심지어 30~40점대를 받은 아이도 제법 되었다. 초라한 성적표를 보며 새삼 1단원을 처음 공부할 때가 떠올랐다.

  “큰 수 이거 너무 쉬워요.”

  “벌써 (학원에서) 다 배웠어요.”

  대부분 아이들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특히 몇몇 아이들은 이 정도 내용쯤은 식은 죽 먹기라는 듯 5분도 안 돼서 문제를 풀고는 자유 시간을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지금은 자신만만하지만 시험 보면 많이 틀릴걸요? 두고 볼까요?”

  예전에도 이런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나도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이들은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번 성적을 보면 내 말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어쨌든 시험을 치렀고 결과는 안 좋게 나왔으니 성적을 높일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여러 가지 방법 가운데 우선 준비한 게 오답 공책이다. 아이들에게 시험지를 나눠 주며 말했다.

  “틀린 문제를 모두 오답 공책에 적고 풀이방법과 답을 쓰세요. 풀이방법을 모르면 옆 사람과 함께 알아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선생님한테 들고 오세요. 앞으로 단원평가든 중간고사, 기말고사든 수학 시험 봐서 틀린 문제는 모두 이 공책에 적고 다시 풀 겁니다.”

  준비해둔 공책을 한 권씩 나눠주고는 곧장 다시 풀도록 했더니 순순히 풀어나갔다. 아이들도 자기 점수에 적잖이 충격을 받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실력 쑥쑥’이라는 공책 이름표를 인쇄했다. 그리고 풀이 방법을 익혀온 아이들부터 하나씩 붙여주었다.

  “얘들아, ‘실력 쑥쑥’ 공책과 더불어 수학 실력이 쑥쑥 자라기를 기대한다.”

 

[덧붙임]

  지난주에 유진이가 재미있는 글을 생각주머니에 써 놓았다. 바로 오답노트에 관한 글이다.

 

해 방

김유진

어제 방과 후 수학에서

틀린 거 오답노트에 다 쓰기 전에는

집에 갈 수 없다고 했다.

나는 너무 짜증났다.

나랑 혜민이가

먼저 해가지고 나왔다.

지옥에서 나온 기분 같았다.

또는

천국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3월 18일)

 

  수학 실력을 높이려면 스스로 문제와 싸워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대부분 문제와 싸우기 싫어한다. 아이들이 만나서 싸워야 하는 문제는 주로 어려운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오답노트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어려운 문제와 강제로 만나게 한다. 그래서 어른들은 이 방법이 수학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문제는 아이들이 싫어한다는 점이다. 힘들고 괴로운 문제풀이를 아이들이 좋아할 리 없다. 유진이가 아이들의 이런 마음을 솔직하게 잘 썼다.

  어느 유명 학원 강사 말로는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늘 오답노트를 활용한다고 한다. 또 오답노트를 써본 학생들도 공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꼭 공부가 아니어도 잘못된 것을 고치는 건 좋은 일이다. 마음은 힘들어도 하고 나면 도움이 되니까 오답노트를 부지런히 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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