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목요일 맑은 뒤 구름, 포근하다.
수학 골탕
수학 시간에 어떤 수에 100, 1000, 10000을 곱하는 공부를 했다. 간단하게 보이는 공부지만 1단원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한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아이들도 오늘 만큼은 모두 집중해서 수업에 참여해주었다.
어찌나 열심히 했는지 수업이 끝날 무렵이 되었는데도 분위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남은 시간을 봐서는 익힘책 풀기가 안 될 것 같아서 문답식으로 문제풀이를 하며 살짝 분위기를 바꿔놓고 마치고 싶었다.
먼저 1분단 아이들부터 차례로 한 사람씩 질문했다. 맨 앞에 앉은 민경이한테 문제가 나갔다.
“삼 곱하기 백은?”
갑작스런 질문에 민경이가 당황하더니 잠깐 생각하고는 답을 말했다.
“삼백.”
“맞았다. 다음은 경희. 오십 곱하기 백은?”
“오천.”
경희도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답했다.
“잘했어. 다음은 진하. 칠십 곱하기 백은?”
“칠천.”
진하도 경희나 민경이와 마찬가지로 뜸들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누구나 갑자기 이렇게 질문하면 답을 잘 못한다. 마치 연예인들이 TV 프로그램 나와서 ‘칠 곱하기 팔’ 같은 구구단을 제대로 외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도 민경이와 경희, 진하는 더 큰 수의 곱셈인데도 답을 잘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수지까지 하고 난 뒤 뒤에 앉은 남학생들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남학생들은 좀 더 큰 수를 던졌다.
“이번에는 세진이. 사십 곱하기 천은?”
“사만.”
“호, 잘 하는데? 다음은 현수. 육천 곱하기 천은?”
현수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개수를 세고는 겨우 답했다.
“육백만.”
“맞았어. 이제 한별이구나. 칠천 곱하기 천은?”
한별이도 한참 더듬거리더니 정답을 답했다.
“맞았어. 근데 1분단 아이들 말야. 너무 더듬거리고 속도가 느려. 2분단 아이들도 해볼까? 2분단은 더 큰 수로 해볼 테니 비교해봐.”
1분단 아이들이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2분단 경은이한테 질문이 나갔다.
“삼십 곱하기 만은?”
“삼십 만.”
경은이가 잠깐 주춤했지만 쉽게 답을 말했다.
“다음 현정이. 오백 곱하기 만은?”
“오백만.”
현정이는 일 초도 안 걸려서 답했다. 눈치 빠른 아이들은 벌써 상황을 알아차리고 웃었다.
“잘 하네? 다음 유진이. 칠천 곱하기 만은?”
“칠천만.”
“정말 잘 한다. 다음 혜민이. 구천구백구십구 곱하기 만은?”
“구천구백구십구만.”
유진이에 이어 혜민이도 주저없이 답하자 잔뜩 주눅 들어 있던 일 분단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너무 쉽잖아요.”
“뭐가 쉬워? 너희들보다 훨씬 큰 수인데.”
“아, 끝에 만만 붙이면 되잖아요.”
일 분단 아이들은 잔뜩 약이 올라 거의 폭발 직전이었다.
“그래? 좋아. 그럼 1분단에게 다시 문제를 낸다. 오천 곱하기 십이만은?”
“…….”
“왜 말이 없는 거야? 끝에 만만 붙이면 된다면서?”
“그거하고는 다르잖아요!”
일 분단 아이들이 드디어 화산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용암을 피하려고 얼른 교실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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