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4월 7일 - 방사능이 무섭긴 무섭나봐

늙은어린왕자 2011. 4. 7. 22:59

 

4월 7일 목요일 하루 종일 비
방사능이 무섭긴 무섭나봐

 

  목요일은 아이들에게 특별한 날이다. 일주일 가운데 유일하게 운동장에서 아침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첫 시간이 체육이어서 놀다가 후다닥 들어올 필요도 없다. 노는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은 축구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이도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토록 기다리던 목요일이 오늘인데 불행하게도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왁자지껄 한 바탕 떠들던 아이들은 내가 교실에 들어오자 차분하게 자리에 앉았다.
  “비와도 상관없어요. 빨리 운동장으로 나가요.”
  “안 돼! 비 맞아서 감기 걸리면 어떡하려고?”
  “괜찮아요. 우산 쓰면 되죠.”
  다른 목요일 날 비가 왔으면 이런 대화를 나누며 실랑이를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신기하게도 모두들 아무 말 없이 책을 읽거나 종이만 접고 있었다.
  곧 아홉 시, 첫 수업을 알리는 시작종이 울렸다. 첫째 시간이 좋아하는 체육인데도 종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아이는 없었다. 무슨 수업 할 거냐고 묻는 아이도 없었다.
  “자, 이제 책 넣으세요. 종이접기도 그만두고. 이 시간이 체육인데 비가 와서 아쉽지요? 그래서 안전교육 영상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책 안 넣은 사람 있네? 얼른 넣고 텔레비전 보세요.”
  수업을 하려면 이렇게 말하며 분위기를 깨야 했다. 그런데 넋 잃은 듯 자리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니 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5분쯤 흘러갔을까?
  “선생님, 이번 시간에 계속 책 읽죠?”
  잔잔한 침묵을 깬 것은 미경이의 말 한마디였다.
  “그럴까?”
  우리는 서로를 힐끗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더 이어지는 말도 없었다. 눈빛으로 잠시 말을 주고받고는 각자 하던 일을 계속했다. 또 교실은 짙은 안개에 둘러싸인 시골 들녘처럼 고요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약 한 달 전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은 이렇게 아이들 속으로 다가왔다.
  뉴스를 보니 방사능 비 때문에 휴교한 학교가 경기도에만 마흔 곳이 넘는다고 한다. 어제 수학여행을 떠난 김해 S초등학교 선생님도 사시사철 붐비던 에버랜드가 텅 비었다고 전해왔다. 방사능이 무섭긴 무섭나 보다.

 

*방사능은 왜 위험할까요?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내용입니다.

  사실 방사능이라는 것은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옛날부터 방사능에 노출된 채 살아온 것이죠. 그런데 지나치게 많은 방사능에 노출되면 인체에 여러 가지 해를 끼치는데요. 이러한 위험성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과거에는 x선과 라듐을 연구하던 많은 과학자들이 방사능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방사능 노출로 인한 백혈병과 기타 질환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방사선에 쪼이면 우리 몸의 세포가 파괴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됩니다. 임산부의 뱃속의 아기가 기형아가 되거나 건강한 사람의 신체에 변형을 가져와 암과 백혈병 등의 질병을 일으키게 되죠.  
  오늘 내린 비에서 방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곧 조사결과가 나오면 알게 되겠지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한국으로 방사능 물질이 간다고 하고 한국 기상청에서는 오지 않는다고 하니 누구를 믿어야할 지 아리송하기만 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