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4일 금요일 구름
물놀이 과학실험
넷째 시간, 미술이었지만 진도가 늦은 과학 수업을 보충했다. 오늘 할 실험은 흙 담은 유수대의 기울기와 물의 양에 따라 침식이 일어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다. 교실에서 실험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결과를 예상해본 뒤 운동장 귀퉁이에 있는 수돗가로 아이들을 내보냈다.
여학생들이 씨름장에서 나무 상자에 흙을 담는 동안 나는 창고로 가서 수도꼭지에 끼울 고무호스를 챙겼다. 남학생들은 그 새를 못 참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공을 차다가 수돗가로 모였다.
실험은 간단하게 끝났다. 조건이 다른 네 개의 유수대에 물을 흘려 흙이 침식되는 정도를 알아보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실험이 끝나고 여학생들에게 부탁해서 유수대에 담긴 흙을 다시 갖다 놓도록 했다.
“이제 실험이 다 끝났으니 교실로 들어가자.”
그러자 아이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남는 시간에 놀아요.”
“공 한 번 차고 들어가지요?”
장마 때문에 바깥 체육을 못 해서 근질근질한 아이들 마음은 이해가 됐지만 날씨가 너무 후텁지근했다. 나는 얼른 들어가고 싶었다.
여학생들이 가져온 나무상자를 씻고 있는데 남학생들은 놀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녀석들은 목덜미 위로 줄줄 흐르는 땀을 손으로 훔쳐내더니 기어코 일어서기 시작했다.
“선생님, 머리 위에 물 한 번 뿌려주세요.”
물을 안 뿌려도 마치 물에 빠진 듯 머리가 흥건히 젖어 있던 (정)현민이가 내가 쥐고 있던 고무호스를 가리켰다. 호스를 들어 머리 위로 뿌려주었더니 사방으로 물방울이 튀었다. 옆에서 구경하던 여학생들은 양산 대신 쓰고 있던 우산으로 가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현이와 동협이가 재미있다며 덤벼들었다.
“저도요.”
“저도 뿌려주세요.”
스탠드 위에 두 팔 벌린 채 서서 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녀석들에게는 아무래도 곡사포가 필요할 것 같았다. 수도꼭지를 끝까지 돌리고는 대포 같은 물줄기를 날려 보냈더니 온 몸이 물에 젖으면서도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녀석들은 이미 시원한 계곡의 바위 위에 서 있었다.
이제 남녀 가리지 않고 계곡으로 뛰어들었다. 남학생들은 온 몸으로, 여학생들은 우산으로 가리며 비명은 질렀지만 우산 사이로, 하늘로 솟았다가 떨어지는 물줄기를 은근히 즐겼다.
‘빨리 들어가서 실험 정리를 해야 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잠시 뿐, 한 손으로는 물을 뿌리고 한 손으로는 물속에서 노는 아이들 모습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았다.
“조금만 더 놀다 와. 난 먼저 들어간다.”
날씨가 더워서 나도 시원한 물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었지만 곧 점심시간인데다 갈아입을 옷도 마땅치 않아서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오늘 물놀이 합니까?”
비명을 들은 선생님들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아니, 과학 실험!”
무슨 영문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선생님들을 향해 실험에 썼던 나무상자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교실로 들어왔다.
교실에서 땀에 젖은 몸을 말리느라 선풍기를 켜고 앉아있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고함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창가에 서서 보니 아까는 날아오는 우산으로 물방울을 튕겨내며 고상한 척 하던 여학생들이 우산을 내팽개치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놀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하노!”
천지도 모르고 신나게 놀던 아이들은 결국 경비아저씨의 고함 소리에 놀라 후다닥 쫓겨 왔다.
아이들이 물 짜러 화장실에 간 사이 1층으로 내려가 보니 현관에서부터 3층까지 온통 물 천지였다. 다른 선생님 보기 민망해서 급히 긴 밀대를 가져와서 물을 닦아내야 했다.
휴~ 오늘 과학실험 한 번 제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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