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월요일 구름
오목 시합
어젯밤에 일찍 잔 덕에 오늘은 6시에 잠이 깼다. 천천히 준비했는데도 집을 나설 때 시각이 7시 30분, 교실에 들어서니 7시 45분이었다. 오늘은 이번 학기 들어 처음으로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온 날이다.
잠시 뒤 50분 경 부터 한별이, 혜민이, 수민이, 동협이와 (정)현민이가 잇따라 들어왔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어, 샘이 왜 먼저 와 있지?”
아이들은 하나같이 내가 일찍 온 게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씩 했다. 그리고는 가방을 책상 위에 던져 놓고 교실 뒤에서 오목판을 벌였다.
“그나저나 오목 한 판 둡시다.”
아이들 목소리로 교실이 시끌벅적 할 무렵 수민이가 다가오더니 느닷없이 도전장을 던졌다.
“너희 같은 애송이 하고는 안 둔다.”
“쌤! 내가 우리 반 1위란 말예요.”
“1위면 뭐 해? 너희들끼리 1위일 뿐이지.”
수민이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수민이가 쌤 보다 잘할 걸요?”
싸움은 떼고 흥정은 붙인다더니 현수가 옆에서 불을 지폈다.
“그래? 좋아. 바둑판 가져와 봐.”
수민이는 싱글벙글하며 바둑판을 가지고 왔다. 수민이와 내가 오목 대결한다는 소리에 아이들이 우르르 교탁 둘레로 모여들었다.
먼저 수민이가 선공을 하며 시합은 시작됐다. 오목 보다 바둑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 대결이었지만 아이들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두어나갔다.
수민이는 우리 반 챔피언답게 수를 잘 읽었다. 하지만 첫 판은 내가 쉽게 이겼다. 수민이가 긴장하는 표정이 엿보였다.
“연속 세 판 이겨야 챔피언이예요.”
“그런 게 어디 있냐? 한 판 이기면 끝이지.”
아이들은 승부가 쉽게 갈린 점을 아쉬워했다. 결국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붙었다.
둘째 판에서는 수민이의 파상공격에 내가 무너졌다.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연속 세 판을 이겨야 한다는 아이들 규칙에 따라 다시 세 번째 판이 벌어졌는데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네 번째, 다섯 번째 판도 내가 이겨서 시합은 싱겁게 끝났다.
“쌤, 한 판만 더 붙지요?”
챔피언의 자존심이 무너진 수민이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안 돼. 아직 멀었어. 더 배워야 돼.”
“아니요, 승부와 상관없이 한 판만 더 붙어요.”
“어허, 나를 이기려면 건너뛰기 공격법을 배워 와야 된다. 지금 실력으로는 못 이겨.” 건너뛰기 공격법이란 돌을 연속으로 이어서 놓는 게 아니라 한 칸 또는 두 칸 씩 뛰어놓으면서 주변 돌과 연결하는 수법이다. 수민이도 그렇고 다른 아이들도 모두 아직은 이런 기술이 없었다.
“내가 다음에 가르쳐줄테니까 오늘은 이만!”
엉덩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조르던 수민이는 결국 도전을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시간은 벌써 8시 4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TV로 기체조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일찍 출근했더니 아침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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