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가꾸는글쓰기/2011 교실일기

7월 5일 - 폭염주의보

늙은어린왕자 2011. 7. 6. 19:31

7월 5일 화요일 맑음

폭염주의보

 

 

  아침활동 시간에 교내 메신저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오늘 영남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내린다고 합니다. 더운 시간에 야외체육활동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들이 이 메시지를 보면 많이 아쉬워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장마와 기말고사 준비로 운동장 체육 수업을 2주나 못했는데 오늘은 두 시간 동안 한다고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린다는 예보와는 달리 교실은 제법 시원했다. 창 밖에는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지만 체육을 못할 만큼 덥지는 않아보였다. 고민 끝에 우리는 일단 운동장 나무그늘 아래에 모였다.

  안에서 보던 것과 달리 밖은 매우 텁텁했다. 힘들게 나왔는데 다시 들어갈 수는 없고 첫 시간은 수업을 해보기로 했다. 남학생들은 축구를, 여학생들은 럭비를 하기로 하고 각각 경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날씨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신나게 뛰었다.

  하지만 20여 분이 채 지나자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하나 둘 나왔다. 남학생들은 아예 경기를 멈추고 앉아있고, 여학생들도 경기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아이들 모습을 보니 두 시간은커녕 한 시간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폭염주의보가 내린다는데 운동장에서 체육수업 했다는 말이 나올까봐 슬슬 걱정도 됐다. 그래서 쉬는 시간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아이들을 교실로 들여보냈다.

 “교실에 가서 뭐해요?”

  아쉬운 표정으로 들어가던 아이들이 물었다.

 “뭐하긴. 안에서 체육 해야지. 태권도 기본동작도 배워야 되고.”

 “안 돼요. ‘손님 모셔오기’ 놀이라도 해요. 아니면 ‘당신의 이웃을’ 놀이 하든지요.”

  아이들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생각 같아서는 원하는 대로 모두 해주고 싶었지만 밀려 있는 수업도 걱정이 됐다. 결국 교실에서는 아이들 뜻과는 반대로 TV로 태권도 기본동작을 몇 가지 배우고 실습하며 체육수업을 이어갔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오늘 아이들 마음은 만족 반, 불만 반이었을 것 같다. 체육 수업을 두 시간 하긴 했는데 한 시간은 운동장에서 안 했으니 말이다. 그럼 분명히 약속을 안 지켰다고 생각할 테고 내일이나 모레 또 두 시간을 요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