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현정이가 다가오더니 자랑할 게 한 가지 있다고 했다. 무슨 자랑일까? 기말고사 치르고 부모님께 컴퓨터라도 한 대 선물로 받은 걸까? 묻지도 않았는데 말하려는 걸 보면 뭔가 마음에 드는 선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뭔데?”
“아, 그게 있잖아요. 강아지요….”
“강아지를 데리고 왔다고?”
“아니요. 강아지를요…”
자랑할 게 있다고 해놓고는 말을 빙글빙글 돌리니까 오히려 내가 답답해졌다.
“뭐야? 강아지를 살 거냐고?”
“아뇨. 우리 집에 강아지 샀다구요.”
예전부터 산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더니 기어코 산 모양이었다.
“오, 진짜? 뭐 샀어? 똥개?”
똥개라는 말에 당장 주먹이 내 등짝으로 날아왔다.
“푸들이에요.”
“커?”
“작아요. 요만해요.”
손 모양으로 봐선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새끼로 보였다.
“어떻게 키우려고? 똥 하고 오줌 아무데나 눌텐데.”
“엄마가 신문지 위에 휴지 놔두고 연습시킨단 말예요.”
“그래봐야 아직 똥을 제대로 못 가릴 테니 똥 개 맞네.”
“똥개 아니란 말예요!”
현정이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얼굴에는 뿌듯함이 배어있었다.
“학교에 한 번 데리고 와 봐.”
“어떻게 데리고 와요.”
“햄스터 통에 넣어오면 되지.”
“통에 꽉 찬단 말이에요.”
“그러면 가방에 넣어오든지.”
“가방에 어떻게 넣어 와요! 참 내.”
현정이와 강아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우리 딸들이 생각났다. 3학년, 5학년인 우리 딸들도 예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했다. 그 때마다 우리 집엔 낮에 돌보는 사람도 없는데 키우기 힘들다며 반대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말도 꺼내지 않는다. 우리 딸들이 현정이네 강 아 지 이야기를 들으면 매우 부러워 할 것 같다.
나는 강아지를 키우는 건 찬성하지만 실내에서 함께 생활하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마당이 있는 집이었다면 우리 아이들 의견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현정이는 소원을 이루어서 좋겠다. 엄마도 관심이 많으시다니 더욱 다행스럽다. 부디 잘 키우기 바라고 기회가 되면 교실에 한 번 데리고 와서 아이들에게 구경시켜 주면 좋겠다. 똥개라고 놀린 건 진심으로 사과한다.